취미는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5
장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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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은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불안의 파편을 찾아내는데 능숙한 작가다. 반복되는 일상의 단조로움과 피로함을 펼쳐 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책은 그 자명한 반복이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작은 발견들로 능청스럽게 초점을 옮겨간다.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리고 예상보다 시시하거나 초라한 비밀의 뒤에서 숨어 있던 진짜 불안의 얼굴이 조용히 얼굴을 들이민다.

취미는 사생활이라는 독특한 제목이 암시하고 있는 있는 것이 바로 그 불안이다. 일상을 반복하기 위해 포기한 것들, 일상을 위한 포기의 반복들 때문에 계속 돌아보게 되는 놓쳐버린 가능성들을 말이다. 셋째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면,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더라면, 부담스러운 전화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일상만큼의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곱씹는 일이야 말로 일상의 불안이 가진 가장 뚜렷한 결일지 모른다. 그 불안의 결을 파고 들면 아주 약한 힘만으로도 일상이 쪼개질 수 있다는 걸 능숙하게 보여주는 이 소설은 아주 매력적 일상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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