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이경옥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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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으로 호주에서 생활하는 레이는 아르바이트 동료인 유리의 권유로 바비큐 파티에 간다. 그곳에서 부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남자를 알게 된 레이는 곧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결국 레이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날을 기한으로 하는 기한부 연애를 시작한다.

 

두 사람의 연애가 끝나기 약 일주일 전, 부는 레이에게 그의 화가 친구인 잭 잭슨이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한참을 고민하던 레이는 시간상 밑그림인 에스키스까지만 그리는 것으로 이를 수락한다.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는 그림이 호주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다시 호주로 이동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이다.

 

화가 잭 잭슨은 레이의 초상화에 ‘에스키스’라는 이름을 붙인다. ‘에스키스’는 이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한부 연애를 선택한 대학생들, 동경하는 화가가 그린 그림의 액자를 제작하게 된 액자 장인, 천재 제자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만화가, 새로움이 없는 관계에 이별한 지 1년 후 재회한 연인의 곁을 지나 다시 화가에게 돌아간다.

 

책에 나오는 각 에피소드는 ‘관계’를 이야기하며 그 안에서 반짝이지는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각자의 ‘색’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간절함, 열정, 사랑, 위로, 공감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에 가서 자연스럽게 인물 모두가 각자의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각 인물이 얼마나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수채화처럼 맑고 따스한 응원’이라는 책 소개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책에 빠져들다 보니 이들의 색이 나에게 뻗어와 나의 마음까지 수채화와 같이 맑고 따듯해졌다.

 

"(······) 오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불가항력이라서 그 사람이 아닌 사랑에 휘둘리는 거지."

유리 씨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담뱃갑에서 새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니까 옆에 그이가 있어도 사랑이 가면 끝. 거꾸로 그이가 없어도 사랑이 여기에 있는 한은 끝나지 않아."

43쪽

 

내가 알고 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 멋진 액자를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나임을.

그것이 내 커다란 자긍심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와, 나는 지금 얼마나 행복한 일을 하는 걸까.

102쪽

 

그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우리는 색을 잃는 게 아니다. 색이 없는 세계는 없다. 그때그때의 내가 가진 색으로 인생을 그려가는 것이다.

215쪽

 

*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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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 2023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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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과 함께 소원을 적으면 그것을 이뤄주는 사진관이 있다. 무지개 무인 사진관, 일명 ‘무무사’다. 일자리를 찾던 수경은 우연히 찾은 무무사에서 취업 사진을 위해 사연을 남기고 이를 계기로 무무사에 취직한다.

무무사에는 다양한 사람이 찾아왔다. 자신을 버린 남편이 후회할 사진을 찍고 싶은 여자, 결혼정보회사에 보냈을 때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사진을 찍고 싶은 남자, 황혼 이혼의 앞에 놓인 노부부 등 각자 다른 사연과 소원이 무무사에 모였다.


<무지개 무인 사진관>은 소원을 이뤄주는 사진관과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소원을 이뤄준다는 것에서 판타지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무무사는 마법처럼 소원을 이뤄주는 곳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알아차린 후 적절한 조언과 도움을 통해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곳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무무사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사람과 교류하고 서로 대화하는 등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이었다.

책 속 수경의 말처럼 딱 한 걸음이지만, 그 한 걸음을 걸을 에너지를 혼자 얻는 것은 힘들 것이다. 무무사는 바로 그 에너지를 줌으로써 소원을 이뤄주는 것이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와 소재는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살짝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짧은 분량 안에서 많은 에피소드를 다루다 보니 급전개가 많아 인물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문장에서도 ‘그걸 나올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는 홀로는 얻기 힘들다.’ 같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가볍게, 쉽게 읽을 책을 찾는다면 만족하겠지만,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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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게임 Ⅱ - 호손가의 위험한 유산
제니퍼 린 반스 지음, 주정자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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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적도 없는 토비아스 호손에게 462억 달러를 상속받은 고등학생 에이버리 그램스. 빈털터리였던 에이버리는 상속을 위해 호손 하우스에 들어가 1년간 살기로 한다. 호손 하우스에서 호손의 친손자 4명과 생활하기 시작한 에이버리는 상속의 비밀을 밝혀나간다. 그 과정에서 죽은 줄 알았던 호손의 친아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상속 게임 2>는 21년 10월에 읽은 <상속 게임>의 후속편이다. 1편과 마찬가지로 에이버리가 갑작스러운 상속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을 중심으로 추리와 스릴, 로맨스가 얽혔다.


1권이 ‘호손은 왜 에이버리에게 상속하였는가?’에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면, 2권은 ‘에이버리의 친아빠는 누구이며 과연 호손 집안에 어떤 비밀이 있는가?’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462억 달러가 상속된다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거기다 상속을 계기로 매력적인 네 사람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니. 이렇게만 보면 신데렐라 스토리 같지만, 로맨스에 치중되지 않고 미스터리, 추리, 액션의 비율이 적절하게 균형 있어 뻔하지 않았다.


1권과 마찬가지로 2권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목숨을 위협하는 사건들, 답답하지 않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전개, 하나의 비밀이 해결되자 뒤이어 나타나는 더 어려운 비밀. 그리고 그 안에서도 잊지 않고 등장하는 로맨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무겁고 진지한 느낌의 소설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재미있고 빠르게 읽히는 소설을 원한다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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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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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아이는 서로의 피가 섞인 우유를 나눠 마신다. 그중 한 아이는 얼마 뒤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표지부터 어딘가 불편하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단편집 <우유, 피, 열>의 첫 번째 이야기인 ‘우유, 피, 열’의 내용이다.

이 책은 미국 문단에서 가장 뜨거운 여성 작가의 열한 편의 소설이 담겨있다.

각각의 단편에서 통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한다.

둘째, 인물이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셋째, 주인공들은 평범하지 않다.

피를 섞어 나눠 마시고 문어와 교감하며 짐승의 뼈를 수집하고 남자친구의 여동생에게 자신의 겨드랑이 냄새를 맡게 하는 등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그만큼 이 인물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해당 편이 어떻게 끝날지 예상하기 힘든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각각의 단편을 읽으면서 표현이 굉장히 생생하다. 마치 오감으로 글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부분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느꼈는데, 평범하지 않은 인물에게 완전히 공감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상하고 자극적인 상황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에서 나는 조금 불편했다.

그러나 사실적이고 이상하며 철학적인 분위기의 소설을 즐기는 독자에게는 큰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불온하고 거침없는 열한 편의 이야기라는 책의 소개 문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언가 강하게 열망하며 현재를 깨고자 하는 인물들이 상징적이고 섬세한 글과 만나 불온하고 거침없는 소설을 만들어냈다.


*이 서평은 스튜디오 오드리의 서포터즈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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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스 탐정 길은목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아직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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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 수녀는 견습 수녀 길은목의 방에서 악마를 그린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보나 수녀는 평소에도 침수 지역 출신인 길은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그녀를 내쫓고 싶었지만, 길은목의 후견인인 정영배 회장의 수녀원 후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그건 어려운 일이었다.

한편, 보나 수녀의 제보로 길은목이 가지고 있던 엽서를 보게 된 원장은 길은목을 호출한다. 예상과 다르게 원장은 길은목에게 도움을 청한다. 최근 빈번해진 침수 지역과 난민촌 투신자살의 진실을 조사하라는 것.

원장은 지난 3주간 여덟 건의 자살 중 다섯 건이 투신자살이라는 것에 의구심을 느끼고 있었다. 사건의 연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고 이에 원장이 같은 침수지역 출신인 길은목에게 사건의 조사를 맡기게 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에 대해 무언가 아는 듯한 벨라뎃다 수녀는 네 번째 사건 직후 정신착란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했다.

조사를 시작한 길은목은 사건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한다.
첫째, 다섯 명의 사망자는 모두 선한 사람들이었다.
둘째, 사망자들은 모두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두개골이 파열되어 있었다.
셋째, 이들의 사망 지점마다 백작약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노비스 탐정 길은목>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와 전염병으로 인구가 2/3로 줄어든 시대를 배경으로 낙후 지역에서의 연쇄 투신자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이다.

세상에 작은 종말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고통받은 것은 힘없는 아이들이었다. 더럽고 열악한 곳에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해야 했고 아이들을 지킬 힘이 있는 사람들은 나서서 약자를 약탈하고 괴롭혔다. 가까스로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길은목에는 온갖 차별의 시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원장에 의해 다시 침수 지역으로 향한 길은목은 현재의 사건을 조사하며 과거 사건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요즘 책 읽기가 좀 힘들었는데, <노비스 탐정 길은목>은 간만에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깔끔한 호흡으로 전개된다는 점과 수녀 탐정이라는 색다른 조합, 진실을 예상할 수 없는 사건, 그리고 낙후된 지역에 대한 차별과 그들의 삶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녹아 복잡한 마음과 먹먹함이 느껴진다.

책의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2권이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후속편이 기다려지면서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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