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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서점 북두당
우쓰기 겐타로 지음, 이유라 옮김 / 나무의마음 / 2025년 8월
평점 :

원제는 '묘와 벌'(猫と罰)로 '고양이와 벌(잘못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이라는 다소 딱딱한 제목이다.
처음에는 '고양이서점 북두당 ~아홉 번 산 고양이와 잃어버린 이야기의 수호자~'로 부제가 길게 붙는 느낌이 굉장히 일본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원제가 아니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묘와 벌'로는 제법 무거운 느낌이 드는데 다 읽어본 사람으로서 확실히 이런 느낌의 소설은 아니다.
이 소설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 <불편한 편의점>처럼 '북두당'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중심으로주변인들의 평탄하지는 않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제 주인공은 북두당의 주인 '기타호시'와 고양이'쿠로'지만 단순히 조연일 줄 알았던 동네소녀 '마도카'의 이야기가 소설을 풍부하게 해줘서 좋았다.
오히려 '마도카'가 진짜 주인공인 느낌?
'일본'과 '고양이'라는 주제때문인지 읽는 내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장면은 이런 애니메이션 느낌이지 않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독특하게 이 소설은 주인공 고양이 '쿠로'의 17년의 삶을 전체적으로 담고 있다.
소설 후반에 '쿠로'가 '기타호시'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부터 일까 '쿠로'의 이야기를 묶어서 낸 책을 실제로 우리가 읽는듯한 느낌을 준다.
소설 중반까지는 재밌기는 하지만 대상을 받을 정도인가가? 싶었지만 후반부에 밝혀지는 '북두당'과 '기타호시'의 설정, 왜 고양이를 소재로 삼았는지, '마도카'의 미래가 돌고 돌아 '북두당'으로 이어진다는 결말이 대상을 받을만한 참신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쿠로'는 아홉 번 째 삶을 산 고양이로 소설에서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일본의 역사도 함께 묘사되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일제시대~6.25시대~90년대~2000년대~현대의 시대상을 보여줬다고 보면 되려나.
이런 점도 이 소설이 상을 받는데 가산점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시에 우리집 고양이, 옆집 고양이, 동네 고양이는 과연 몇 번째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는 소설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아래로는 스포일러 ***
책을 다 읽고 나서 눈치챈 사실인데 '기타호시 에리카'의 한자명은 北星恵梨香이다.
'기타호시'의 정체가 '북두칠성(北斗七星)'과 관련있는데 서점명 '북두당(北斗堂)'도 그렇고
복선을 깔아뒀는데 한자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일본인들은 한자로 바로 눈치했으려나...?
너나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에 든 책이나 신물,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느라 나 같은 새끼 고양이 따위엔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모두가 자기 일에만 정신이 팔려, 마치 세상에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었다. - P29
고작 보잘것없는 자존심 하나 지키겠다고 치졸하고 꼴사납게 누군가를 깎아내리려고 태세를 갖추고, 상대를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심지어 그 애를 이용하면서까지.
어느새 나는 내가 싫어하는 종류의 인간이 되어 있었다. 눈앞의 삼색 고양이가 지적한 대로. - P74
반면, 마음에 여유가 있어 보이는 인간들은 나에게 먼저 다가왔다. 가던 길을 멈추고 역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일부러 내게 다가와 쓰다듬으려 했다. 그런 이들은 결코 나를 해지려 하지 않았다. - P109
인간은 우리 고양이처럼 어느 시대든 변함없이 우아하고 지혜로운 존재가 아니라는걸, 나는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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