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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의 외출 1
이세 지음 / 청어람 / 2015년 8월
평점 :
*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Yes24 e연재 역사로맨스 연재작 이세 작가님의 '궁녀의 외출'
띠지에 적힌 한국 콘텐츠 진흥원 '2014년 콘텐츠 원작소설 창작과정' 당선작, '2014년 스토리 마켓' 피칭작 선정이라는 문구들 때문에 괜히 눈길이 한번 더 갔던 소설이었다. 그만큼 기대감이 크기도 했고. 다 읽고 난 후에 든 첫 감상은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였다.
궁녀의 외출의 시대적 배경은 연산군 말기. 폭군이라 알려진 연산군답게 이 책에서도 그런 성향이 한껏 나타난다. (그렇다고 남자주인공은 아니다.)
책의 초반 연산군 이융은 풀피리소리를 듣고 악몽에서 깨어난다. 그 풀피리소리의 주인은 마치 서시와도 같은 용모를 지닌 여인. 한눈에 그 여인에게 반한 이융은 놓쳐버린 여인을 찾기위해 그날로 풀피리 경연대회를 연다. 당연히 그 소리의 주인공은 책의 여주인공 지밀나인 사인이다.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니고 있어 부러 못난이 분장을 하고 지내는 사인은 누가 쳐다보면 헉 소리가 날 정도의 얼굴로 조용히 궁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새어머니의 상을 당해 사인은 궁궐밖으로 외출을 하게되고 그렇게 궁궐 최고의 못난이는 궁궐을 벗어나자마자 분장을 지우고 눈에 띄는 미인으로 탈바꿈한다. 그 덕에 사인은 거리에서 작은 시비에 휘말리고 자신을 구해준 선비와 본가로 가는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사인은 이 범상치않는 선비를 쫓는 사람들을 같이 피해다니며 의도치않게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그 여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림을 느낀다.
두 권짜리 팩션시대물이라 잘 읽히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을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궁녀의 외출은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읽어서 놀랐다. 연산군에 장녹수 사이에 끼워넣은 여주인공의 존재는 홀로 겉돌지 않고 자연스레 잘 섞여들어갔고 적절히 섞인 역사적 사실과도 잘 어우러진 것 같다. 초반에 남자주인공을 계속 선비라고 불러서 대체 남주는 정체가 뭔가 좀 의아했는데 생각치도 못했던 대역이었다. 선비라고 부르더니 이런 함정이 숨어있었다. 왕의 그림자로 살았던 선비 최훈 외에도 여기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하나같이 베일에 싸여있어서 궁금증에 더 책을 쉽게 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오직 너는 살아남아라라는 말을 듣고자랐기에 다른 일에는 눈을감고 못들은척 자신을 위해 살았던 최훈. 하지만 이상하게 사인에게는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자신의 운명을 다시 찾기위해 궁궐밖을 나선 사인이 본래 자신의 얼굴로 마주하게 된 선비 최훈은 사인에게 새로운 시작의 증표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다만 류건의 캐릭터가 아쉬웠다. 읽으면서 중간중간 뭔가 찝찝함을 느꼈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남주빼고는 남캐들이 거의 찌질한 캐릭터다ㅜㅜㅜㅜ
형님 둘의 눈치를 보는 진짜 이역에 애같은 질투심에 휩싸인 류건까지.. 남주인 선비는 온갖 멋진 역할을 도맡아 하는데 사인의 주변에 꼬이는 다른 조연들은 캐릭터성이 약하고 정말 짜증나게 안쓰러운 사람들이었다.
생각보다 빵빵 사건이 터지는 전개는 아니었지만 '궁녀의 외출'에서는 잔잔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이 스토리에 치중되어 있어 사람에 따라 로맨스가 부족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담백하게 표현된 두 사람의 표현이 괜찮았다. 스토리도 꽤 흥미로웠고.
갈등심화 부분에 비해 결말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잘 짜인 글임에는 틀림이 없다. 마지막에 선비가 호접몽을 언급했는데 나는 결말때문인지 오히려 왕자와 거지 생각이 더 났던 것 같다. 한가지 의문점은 왜 류건이 선비가 아니라 이역이라는 걸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을까? 무예가 분명 허술했을텐데.. 자신의 감정에 눈이멀어 제대로 보지 못한걸까.. 아직까지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오랜만에 시대물 로맨스를 집어들었는데 몰입감도 꽤 있었고 어렵지않게 후루룩 읽어갈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