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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 2017 제1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박상순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평점 : 
제1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을 포함해 최종 후보에 오른 다른 아홉 명의 시인들이 쓴 시들을 엮은 시집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미당문학상이나 요즘의 현대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읽은 책이라 그런지 작은 판형에 빼곡히 들어찬 시집은 생각보다 더 낯설게 다가왔다.
제일 처음 수록된 시가 바로 수상작이자 시집의 제목과 같은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이었는데 처음 읽었을 땐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몇 번 더 읽는다고 해서 완전히 이해했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설레고 서정적인 시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아래와 같은 문구들이 나오니 매우 당황스러웠다. 기나긴 길이도 물론 문제였지만.. 뒤로 갈수록 해석보다는 분위기만 잡아내어 읽었다는 말이 들어맞을 것 같다.
'월요일 밤에,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화요일 저녁, 그의 멀쩡한 지붕이 무너지고, 그의 할머니가 쓰러지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땅속에서 벌떡 일어나시고, 아버지는 죽은 오징어가 되시고, 어머니는 갑자기 포도밭이 되시고, 그의 구두는 바윗돌로 변하고, 그의 발목이 부러지고, 그의 손목이 부러지고, 어깨가 무너지고, 갈비뼈가 무너지고, 심장이 멈추고, 목뼈가 부러졌다. 그녀의 무궁무진한 목소리를 가슴에 품고, 그는 죽고 말았다.' -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中
햇빛이 쏟아지는 창가에서 읽기 시작해서, 그보다 더 따뜻한 이야기를 상상했지만 소개글에 있는 것처럼 '일상의 정치성, 개인과 공동체의 윤리성, 미학적 실험성, 감각적 서정성, 언어에 대한 반성적 성찰, 젠더와 여성성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었던만큼 마냥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산문인듯 운문인듯 헷갈리는 시들이었지만 문장의 나열들은 빠르게 읽혀든다. 딱 떨어지지 않고, 정형화 되지 않은 시가 낯설기도 했으나, 그 와중에 나에게 맞는 분위기와 묘사를 하는 시를 찾아보는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독특한 운율을 살린 시보다는 훨씬 접근성 있는, 읽어도 어렵지 않은 시가 좋았다. 솔직히 좀 아무말 대잔치가 아닌가 싶은 시도 있었는데, 그건 또 지금 시가 흘러가는 방향 중 하나겠지.. 언젠가 누가 말한 적이 있었다. 시인은 조금 다르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다고. 몇 년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책을 읽는 동안 그 말에 절절하게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