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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블루 ㅣ 워터파이어 연대기 1
제니퍼 도넬리 지음, 이은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2015 디즈니 글로벌 판타지 프로젝트 '워터파이어 연대기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 딥 블루.
역사상 가장 거친 인어들이 온다는 소개글에 호기심이 생겼다. 새로운 인어공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도 컸고.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적이었다.
'딥 블루' 속에서는 많은 바다속 생물들의 이야기와 묘사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바다 깊은 곳 인어왕국을 이끌어가는 왕족들과 인간 그리고 사악한 존재 아바돈, 거울 속 세계까지 환상적인 세계관은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에게 재미를 전해주기 충분했다.
사실 처음엔 책을 봤을땐 너무 어렵다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새로운 용어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세계로 갑자기 던져진 기분이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주인공인 세라피나가 원래 그 세계에 적응하고 사는 인물이니만큼 독자에게 친절한 설명은 없었지만 책의 맨 뒷부분에 용어사전이 있어서 왔다갔다하며 읽을 수 있었다.
미로마라의 인어공주 세라피나는 왕위를 계승할 후계자를 결정하는 의식인 도키미 행사도중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이 완전히 뒤집힌다. 순식간에 어머니인 이사벨라 여왕과 아버지가 암살자들에게 목숨을 잃은 것. 세라피나는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친구인 닐라와 겨우 도망치지만 쫓기는 과정에서 공격당하고 배신을 당하기도하는 등 온갖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린다. 결국 자신을 쫓는 트라호에게 잡힌 세라피나는 마침내 자신의 꿈속에서 들은 노래가 이 상황을 정확히 말하고 있다는 것과 노래에서 말하는 6명의 인어 중 하나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메로우의 딸이여, 희망을 잃지 않고 용감하게 맞설 다섯을 찾아라. 가슴속에 빛을 지니고 있는 이 예언자의 눈을 갖고 있는 이. 아직은 믿지 못하기에 스스로를 기만할 수 밖에 없는 이, 확고하고 강인한 정신을 가진 이, 모든 생물의 노래를 할 수 있는 이.
다 함께 힘을 모아 빛과 어둠의 결전 후에 위험한 물속 아래 숨겨진 여섯 통치자의 부적을 찾아라. -10p
이야기는 이 기묘한 노래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나라가 무너지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 세라피나는 메로우의 딸. 친구인 닐라는 가슴속에 빛을 지니고 있는 이였다. 노래가 말하고 있는 여섯 인어들은 고대 아틀란티스(책에서는 인어왕국의 시초로 묘사된다)의 여섯 마법사(통치자)들의 후손으로 악당 아바돈과 대적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세라피나는 그렇게 여섯 마법사 중 리더였던 메로우의 후손으로써 나머지 여섯 인어들의 힘을 모두 모아 빼앗긴 왕국을 되찾고 사악한 힘을 가진 아바돈을 물리쳐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줄거리를 잠깐 보면 알겠지만 워터파이어연대기는 모험판타지에 성장물이다. 평화롭게 지내던 왕국들이 무너진 후 점차 성장하며 강인해지는 여섯 인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딥 블루에서는 미로마라에 전해내려오는 관습과 왕족으로써 지켜야하는 규칙들에 관해 '위대한 마법사 메로우가 정했으니까'라고 수동적으로 생각하던 주요 주인공 세라피나가 후에 자신의 한계를 깨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왕족의 굴레를 벗어나 스스로를 믿기 시작한 세라피나는 이 과정을 통해 진정한 리더가 될 준비를 마친 것 같다.
세라피나는 평생 처음으로 왕족이 아닌 듯 보였다. 세라피나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좋았다. -333p
다른 이야기에서도 많이 나오지만 워터파이어 연대기의 인어들도 목소리에 마법의 힘이 있다. 노래마법을 통해 인어들은 힘을 얻고 인간들에게서 자신들을 지킨다. 그 밖에 해마를 타고 다니고 애완용 문어와 물고기를 기르는 등 바다속 이야기이기에 묘사될 수 있는 상황들은 책의 분위기를 더욱 독특하게 만들어나갔다. 하지만 인물이 너무 많아서 꼭 6명이나 모아야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초반 세라피나와 닐라 두 인어만 있을 때도 충분히 재밌었는데.. (1권 안에 6명이 다 나올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했다!)
각자의 개성이 있어 헷갈리지는 않았지만 앞의 이야기에 비해 후에 등장한 인어들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1권만 본 상황에서 이렇다 저렇다 섣부르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인물이 많은만큼 비중조절도 잘해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라피나와 마흐디와의 로맨스 비중또한 그렇고. 모두 모이자마자 이야기가 끝난셈이니 아직 1권만으로는 확실히 모르겠다.
사실 나는 책을 완독했음에도 아직까지 모르는 용어가 너무많고 생각나지 않는 것도 많다. 베일에 싸인 이야기또한 너무 많지만 그런 점이 뒷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한다. 아마 두 번째로 읽는다면 좀 더 감을 잡을 수 있을까? 이야기 자체는 쉽게쉽게 잘 읽힌다. 개성넘치는 인어들과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듣고싶다면 한번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여섯이나 되는 주요인물에다 그들과 엮인 주변인물들까지 적지않은 숫자라 사람이름을 못 외우는 나는 읽기가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계속 붙잡고 있을 수 있었던 매력있는 소설이었다. 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가진 워터 파이어 연대기가 디즈니를 만나 새로운 영상으로 어떻게 탄생할지도 기대된다. 확실한 건 내가 이 워터파이어 연대기를 사서 모을 것 같다는 거다. 1권을 다 읽고나니 2권이 궁금하다. 하지만 2권을 읽으면 또 3권 기다리는 게 힘들겠지... 중간에 끊었다간 뒷 내용이 궁금해질 수 있으니 4권 모두 발간된 후 몰아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직까지 혼란스러운 여섯 소녀들이지만 나중엔 모두 멋지게 성장할 것 같다. 평범한 소녀와 철부지 공주 캐릭터에서 위험에서 세상을 구할 영웅들로 성장할 여섯 인어들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본다. 여섯인어들의 모험은 '딥 블루'에서 이제 막 시작했지만 마지막엔 분명 모두 행복해질테니까.
"세라피나, 모르겠니? 우선 너 자신을 믿도록 하렴." -42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