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습니다 - 한남동 글루텐프리 & 비건 빵집 써니브레드 이야기
송성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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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재밌는 에세이였다. 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는 비건빵집 '써니브레드'의 사장님 이야기. 선천적인 글루텐 불내증 때문에 밀가루를 먹지 못한다는 사장님은 스스로 빵을 만들어먹고 그 빵을 나누어 먹으며 베이킹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글루텐프리라는 것이 생소한 때였다. 외국 서적을 찾아보고 레시피를 개발하고 하루에 몇 시간씩 베이킹 연습을 하며 하나씩 쌓아간 노하우와 경험들이 지금의 빵집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런 이미지보다 도둑이 들어왔다가 4시간동안 빵을 먹고 돈을 훔쳐간 전설의 빵집이 바로 여기였다는 말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았다. 원래 글루텐프리 빵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이 빵집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에세이는 대체로 긍정적인 기운이 넘쳐난다. 이런 사장님이 만드는 빵의 맛은 어떨까? 절로 궁금해질 정도였다. 가깝기만 하면 당장 가봤을텐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헤매고 생각한 끝에 좋아하는 일인 베이킹을 찾아 온 열정을 들이붓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흔히 빵집이라고 하면 생각하던 천천히 빵이 구워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하루하루 치열하게 보내는 빵집의 일과에 자신의 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물론 그만큼 힘든 일도 많았다. 크고 작은 일이 터지기도 하고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며 크고 작은 갈등들이 있어왔다. 책 속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이런저런 마음 고생을 했다는 건 확실히 보인다. 


빵을 만든다는 건 오븐 예열부터 정확한 계량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매일 오븐을 켜고 어느 때는 하루종일 새로운 빵의 레시피들을 실험해보기도 하며 열정을 불태운다는 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축복인지도 모른다. 에세이를 보며 좋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왠지 모를 응원을 받은 기분이다. 그리고 빵순이지만 밀가루를 많이 먹는 데 묘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마지막에 수록된 글루텐프리 레시피도 몹시 신기했고 반가웠던 책이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이유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포기한다.

아마도 좋아하는 일이 정말 없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좋아하고 시작할 용기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음식은 배가 불러도 먹으면서 좋아하는 일은 왜 이리 쉽게 내려놓는 걸까. - 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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