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설화와 기담사전

설화와 기담사전 ㅣ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상화 지음 / 노마드 / 2020년 7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서인지 설화와 기담에더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보고 다녀도 계속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고, 아는 이야기를 다시 봐도 흥미롭다. 알아두면 잘난척 하기 딱 좋은 시리즈는 이번에 처음 만나봤는데, 시작을 설화와 기담사전으로 할 수 있어서 더 책의 시리즈에 관심이 갔다.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 책의 내용은 딱딱한 사전 보다는 작가님이 이야기를 모으고 쓰면서 생각이 조금 들어간 형태였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전달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단 장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형태의 책이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작가님은 책의 첫장을 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때문에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판타지 세계를 동경한다고 말한다. 비슷한 이유로 판타지물을 좋아해서 무척 공감이 갔던 말이다. 현실에선 어려운 일이 상상 속에선 이뤄질 것 같고, 이뤄줄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설화나 기담에도 인간 내면의 욕망과 소망이 깃든 여러가지가 등장하는 듯 하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마녀와 마법사, 초능력, 징벌을 내리는 신과 괴물 같은 것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들이 세상과 전혀 관련이 없을 수는 없다. 이야기 자체는 그 당시의 사회를 담고 있으며, 사회에서 꿈꾸는 소망까지 담겨있다. 한 나라의 창세신화를 보면 민족의 전통적인 의식과 가치관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도 그 일환일 것이다.

책은 총 5가지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와 전설, 영물과 괴물 요괴, 괴담과 기담, 믿기 어려운 사실들, 이승과 저승. 각각의 파트로 짐작해 볼 수 있듯 시대 순서는 상관없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엄선했는지 이야기들은 모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신화나 전설 파트에서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들이 나와서 이런게 있었지 생각하며 읽었다면, 뒤쪽에서는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와 견해가 많아서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원시시대엔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모계사회를 구성했다가 전쟁과 정복이 빈번해지면서 남성중심으로 넘어가, 여신보다 남신들이 많이 출현하게 되었으며 점점 여신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남성영웅이 대두된다는 견해가 책을 모두 읽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 밖에 동양의 요괴나 한국과 일본의 도깨비 이야기, 쇠를 먹어치우는 불가사리 이야기, 판도라의 상자에 얽힌 이야기, 저주받은 4대 다이아몬드에 대한 이야기 등등 흥미롭게 읽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개인적인 관심 분야는 판타지 쪽이라 그런 이야기들도 상당히 많아서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사실 '알아두면 잘난 척 하기 딱 좋은'이라는 제목을 보고 깊은 정보 보다 딱 적당히 안다라는 수준의 얕은 정보들을 모아놓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용도 자세하고 곳곳에 삽화도 있어서 알차게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정보를 한 권에 아우르고 있어서 설화와 기담류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