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자이언트 스텝 2
김서해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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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같은 장편소설

자이언트북스의 책은 실험정신이 강하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신인작가를 발굴하고, 유명작가의 블라인드 북을 선보이기도 한다.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는 잘 쓰여진 소설인것 같은데 읽으면 내가 쓴 '독서의 기록'과 닮아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p28 항상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된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내내 춤을 췄지만 무용수가 되지 못했고, 어쩌다 뒤늦게 준비한 미대에 합격했지만 화가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고 다른 기술을 배워 디자이너가 된 것도 아니고, 교육을 배워 강사가 된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글을 쓰고 싶다고 남는 학점으로 문예창작학과 수업을 들으며 글쓰기를 배웠지만 작가가 되지도 못했다.... (작가의 독백)


읽을 수록 이 작가가 쓴 이야기가 작가의 현실과 맞닿아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들은 일기장에조차 자기검열을 통해 솔직하지 못한데 차라리 소설은 허구라고 이야기하기때문에 더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가져와서 쓸 수 있다는 책 속의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줄거리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의 이야기의 시작은 조금 무료하면서도 신선하다.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해인. 어느 날 해인이 일하고 있는 서점에 찾아온 여학생들을 거니린 인플루언서가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영원이다.

해인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영원과는 달리 해인은 계속 거리를 둔다. 해인이 서점을 그만두겠다고 말한 후 영원은 해인의 뒤를 이어 서점에서 낮시간만 일하기로 하는데..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동안 영원은 해인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본인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해인은 영원에게 질문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떤 질문이 올지 잔뜩 긴장하며 대답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영원은 미국 시카고에서 온 재미교포로 한국어가 서툴지만 열심히 해원에게 질문한다. 알고보니 영원은 해인이 자주가는 펍에서 정기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둘은 만날때마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깊은 대화를 나눈다. 책에서 끝부분이 될 때까지 이 둘 사이에 로맨스가 있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마지막 결론은 응???? 이라는 생각과 함께.. 에이 설마...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읽은게 어떤 의미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출판사에서 함께 딸려온 프린트를 자세히 읽어보니, 내가 읽은게 맞는 듯 하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해원이 믿고 있었던 이야기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기도 하다.

해인은 영원과 이야기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함께 보냈던, 발레를 했던 주희를 떠올린다. 주희가 원하는데로 서포트를 해주는 주희의 부모님과 가난한 해인은 언제나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주희는 해인에게 발레를 가르쳐주고, 바꿀 필요없는 발레 슈즈를 해인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둘은 어딜가든 함께 춤을 춘다.

둘은 고등학생이 되어 주희가 발레때문에 서울로 떠나자 헤어지게 되는데, 주희가 죽었기 때문에 영원히 헤어지게 되었다

 

힐링의 과정이었을까

p80 나와 영원은 종종 식당이나 술집, 번화가나 한강에서 만나 인터뷰를 쉼 없이 이어갔다. 세상에 우리 둘만 한 쌍으로 붙어 있고, 나머지는 모조리 경계 밖에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에게만 깊게, 순수하게 돌진했다.

나는 완벽한 질문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뭔가를 물어놓고 마음에 안 들면 곧바로 물리고, 단어도 몇 번이나 바꾸어 말했다. 글을 지우고 다시 쓰듯이.

p85 나는 별로 진심도 아니고 신랄한 비판도 아니면서 뭐라도 된 것처럼 미대 애들 욕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영원은 당황한 기색없이 경청했다. 그는 정말로 나를 위해서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 같았다.


이 문장이 결론적으로 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 보낸 사람은 충분한 애도 기간을 가져야하는게 분명하다. 몇 년전에 본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에서 사랑했던 남자친구를 떠나보낸 여주가 현실에서 계속 죽은 남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현상이 떠올랐다.

 

김서해 장편소설

p172 난 한 번도 내 말들을 믿은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너와 있을 때면, 네 목소릴 지금까지 찾아 헤맸단 걸 알게 돼.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책의 제목을 포함한 이 문장은 많은 힌트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이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닐지라도, 소설속의 해인을 너무도 위로해주고 싶은 날이었다.

 

자이언트 서포터즈 1기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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