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항로는 후천적으로 만들어낸 성격과 ‘자기 의욕구 사이에 무시무시한 충돌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이를 경험하는 사람은 종종 겁에 질려 "이제 내가 누군지조차 모르겠어" 라고 말할지 모른다. 과거의 나를 미래의 나로 교체해야 하며, 과거의 나는 숨통이 끊어져야 한다. 그러니 엄청나게 불안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심리학적표현을 빌리면, 인간은 낡은 자신을 소환해서 죽여야만비로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죽음과 재생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하나의 길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깨우고 나이 듦에서 나오는 생명의 힘과 현명함을 얻어내려면 중간항로를 지나야한다. 따라서 중간항로란 잠정 인격에서 진정한 성인기로, 거짓된 자기에서 올바른 자기로 옮겨가기 위해 내면으로부터 일어나는 소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중년에 들어 일어나는 두 번째로 큰 기대의 쇠락은 ‘관계의 한계에 직면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며 우리를 돌봐주고 항상 옆에 있어주는 완벽한배우자는, 사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욕구로 꽉 차있으며 우리에게 똑같은 기대를 투사하는 사람이다. 결혼생활이 중년에 가서 파탄 나는 경우가 많다. 큰 이유중 하나는 결혼한 두 사람을 엮고 있는 구조물은 불안한반면 거기에 지나치게 큰 유년기의 희망을 얹어놓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아이가 품고 있는 거대한 희망을 타인은 이뤄주려고 하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는데, 이를 버림받고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평생에 걸쳐 페르소나에 투자한 개인에게 분노라는 그림자를 만나는 건 분명 골칫거리일 테지만,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느낄 자유를 쟁취하는 일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기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