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슬기 한 봉지 ㅣ 낮은산 너른들 8
강무지 지음, 이승민 그림 / 낮은산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화려하거나 거창하진 않지만
씹을수록 우러나는 달큰하고도 짭잘한 맛.
그런 맛의 동화가 바로 '다슬기 한 봉지'다.
작가의 필명이 강무지라서일까...
얼핏 단무지가 떠올라 써본 단상이다.
갠적으로 동화 읽기를 즐긴다.
심지어 그림책도 마다않는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또는 어렸을 때 너무 청소년이나 어른용 책만 많이 읽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이나 '너도 하늘말나리야'
'책 먹는 여우' 뭐 이런 작품들을 읽다가
울다 웃다 콧물 닦아가며 찔찔거리면
옆에 있던 아이들과 남편이 핀잔 주면서도 따라 읽는다.
이 책은 좀더 가까운 이야기를 다룬다.
'닭'은 독특한 시점의 주인공을 내세웠다.
개발과 보상, 그리고 반대 집회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애매한 중간자의 위치에 있는 화자의 시선에서 신선하게 그리고 있다.
게다가 건강한 인물의 상징인 사촌여동생이 참 대견스럽게 보인다.
'소'는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의 맘이 십분 드러나는 이야기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인공의 충격과 깨달음을
조금만 더 감동적으로 마무리하면 어땠을까...하는 점.
'수정이'는 가겟방 할머니가 소개하는 부분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강조하다보니
나중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특별한'이 아니라 '조그만' 또는 '특별하지 않은'이라 소개했다면
수정이의 그날 하루가 오히려 더 '특별한' 것이 되지 않았을까...
'다슬기 한 봉지'는 표제작이 될 만한 작품인 것 같다.
상큼한 표현들과 따스한 인정.
중반 이후 이 다슬기 한 봉지는 돌고돌아
방앗간 할머니에게 되돌아올 것만 같은
즐거운 예감과 함께...
아 참.
여기서 직업병이 도져 그만 오자를 발견하고 만다.
이 책이 1쇄로 그치지 않고 2쇄, 3쇄 막 찍힌다면(^^)
꼭 짚어야 할 오자.
88쪽 열둘째 줄 '마버에 엔터키'는 '마법에 엔터키'로!
그리고 아쉬운 점 한 가지.
다이너마이트 소리(벙! 벙!)가 너무 작게 표현된 감이 있다.
이건 일곱 살 아들도 지적한 이야기.
작가의 느낌과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조금 걸렸다.
'콘서트'는 갠적으로 제일 맘에 드는 작품이다.
자연스런 결말과 훈훈한 여운... 가족의 탄생.
결국 콘서트에 콘서트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후에도 '돈 만 원', '도망자', '바쁘다 바빠, 테스 씨!' 세 편의 이야기가 있다.
너무 다 샅샅이 얘기하면 읽는 재미가 없다.
남은 세 작품을 간략하게 훑는다면
'돈 만 원'은 선물같은 작품이다.
코끝이 찡해온다.
'도망자'와 '바쁘다 바빠, 테스 씨!'는
소외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슴 먹먹해지도록 그리고 있다.
이 씩씩한 작가의 다음 동화가 많이 기대된다.
그 때쯤이면 둘째도 아마 읽어달라고 마구 조르겠지.
이승민 씨의 그림도 참 아름답다.
수채화의 부드러우면서도 절제된 색감이
동화를 더욱더 돋보이게 한다.
약력을 살폈더니 제주 분이다.
제주 하면 이상하게 덮어놓고 좋은 생각부터 든다.
맑은 자연 속에 나고 자란 사람은 다 좋게 느껴진다.
강무지 작가의 동화도 아마 그래서이리라,
이렇게 책을 덮고 따뜻한 마음이 되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