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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주스 가게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49
유하순.강미.신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푸른문학상 9회 당선 소설, 유하순 작가의 불량한 주스가게를 읽었다!
일단,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불량한 주스 가게에서는 무엇을 팔까? 얼마나 불량할까? 뭐, 이런 대책없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친 불량한 독자에게 소설 속 엄마는 첫 마디를 건넸다.
"내일부터 며칠 여행 다녀올 거야." 아들이 더 가관이다. 쾌재를 불렀단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포스나 엄마가 며칠 집에 없을 거라는데도 쾌재를 부르는 주인공 건호에게서 거의 완득이와 맞먹는 불량 내공이 느껴졌다. 기대를 안고 읽어 내려갔다.
엄마가 운영하는 주스 가게를 맡게 된 건호! 짜증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건호는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른 일로 무기정학을 맞아 매일 담탱이에게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차라리 잘 됐단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엄마에 대한 일말의 예의로 진심이 담기지 않은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상황에 엎친 데 겹쳐 엄마의 주스 가게를 맡게 됐다니....
주스 가게를 맡게 된다. 뒤죽박죽 얼렁뚱땅 멘탈붕괴의 상황에 이른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건호는 일을 하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한 자신의 맘 속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감지한다.
압권은 건호가 담탱이에게 쓰는 반성문의 내용에 있었다!
그 뚝뚝 흘러넘치는 건호의 감춰둔 마음 속 진심에 마음을 적시게 된다.
반성문의 내용은 소설 속에서 건호의 마음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해주는 것으로 존재한다. 다시 한번, 작가의 솜씨에 감탄한다. 작가는 건호의 변화를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으로 슬쩍 보여주기도 한다. 사과를 파는 할아버지라든지, 주스 가게에 오는 손님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어쨌든, 건호는 크게 변한다. 함께 놀던 친구녀석들과의 관계에서 탈퇴를 선언하는 게 그것이다.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건호는 강한 마음으로 그 일을 해낸다.
엄마. 마지막, 큰 일을 치른 엄마와 모른 척 하는 건호의 대화는 은근슬쩍 이어지고, 그 와중에 깊이 있는 한 마디를 내놓는다.
"널 믿고 싶었어."
더 이상 다른 말은 필요가 없었다. 건호는 말을 돌리며 의뭉을 떤다. 학교에선 연락없냐는 엄마의 말에 그저 감감무소식이라 말하며 속으로 좋아했던 건호에게 빡치는 반전이 찾아온다.
학교에서 복귀하라는 연락이 온 것이었다.
나는 무엇보다 건호와 엄마의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건호의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를 엮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깔끔 담백한 문장이었다. 이 문장은 건호의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찰떡궁합이었고, 그래서 감동의 효과는 만점이었던 것 같다.
같은 책에 실린 유하순 작가의 다른 작품도 발상부터 눈에 띄었을 뿐만 아니라, 그 담백한 필치로 이야기를 엮어내려가는데, 거의 정신 없이 빠져들어 읽었다.
가슴을 적시는 재주가 있는 작가다. 라고 생각했다. 따뜻하게, 36.5도의 따스함으로 내 몸이 문득 따뜻하단 것을 느낄 때, 나도 사람이구나, 살아 있구나, 별의 별. 생각이 그래서 들었다. 괴이한 이야기, 잔혹한 이야기. 새로움이란 이름으로 빗나가 전체적으로 매너리즘에 걸려버린 것 같은 현대 작가들의 이야기에서 이런 이야기를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유하순 작가가 계속 이런 이야기를 지어 세상에 온기를 더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그 따스함을 가슴 속에 간직한 독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또다른 따스함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나는 그런 세상이 좋다. 그런 작품이 좋다. 그래서 유하순 작가가 좋다. 그녀의 행보를 기대하고, 응원하겠다. 어서! 다른 작품을 써주세요! 흑흑. 갈수록 걍팍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발을 동동 거리는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