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0살이 되면 부모는 토론을 준비하라 - 예측불허 십대의 마음을 여는 토론 양육법
이현수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3살 아이의 엄마이기에 10살 이후의 자녀를 위한 양육서는 먼 일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대부분 결혼이나 육아를 시작한 자녀를 두고 있고 내 주변은 또래 엄마들이 많다보니 청소년기 자녀를 둔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미리 알아둬서 나쁠 것 없지, 한발짝 물러서서 이 책을 시작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한 조금은 무감각한 상태로 책을 펼쳤다.

두어 장 읽으면서, 생각보다 빨리 몰입했다. 마치 내 앞에서 미래의 태오가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는 것 같고 열댓살 태오의 날선 몇마디가 내 속을 뒤집어놓는 것 같고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돌아서면서 내 자식이고 나는 엄마인데 하아, 이것밖에 안되는 나 자신에 실망하고 자책하게 되는 그 모습이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 결국 자식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3살 태오와 13살의 태오를 왔다갔다하며 공감하며 상상하며 읽는 나를 발견했다.

 

이현수 박사는 10대 자녀를 위해 토론과 권한부여 교육, 그리고 인생의 겨울을 위한 성장 마음가짐, 낙관성, 감사하기를 제시한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 혹은 변화의 의지를 심기에 토론은 다른 어떤 방법보다 탁월한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사고력이 발달되는 청소년기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토론은 아이를 하룻밤 만에라도 잭의 콩나무로 만들 수 있다. 모든 아이는 저절로 마법의 나무로 자라게 되어 있으며 부모와 교사는 최고의 자양분을 주기만 하면 된다.

1부 청소년 문제 토론에 해법이 있다 중"

 

 

토론식 대화_

십대 자녀와 불꽃튀기는 전쟁을 하는 부모를 위해, 더하게는 입 꾹 다문채 부모에게 답정너를 기대하는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해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고 지속해나가고 그를 통해 자꾸만 튕겨져 나가기만 하는 자녀의 마음을 여는 대화 기법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토론을 준비하라 정도가 아닌 토론의 5단계를 상세하게 구별해 각각의 단계에서 무엇을 듣고, 말하고, 놓치지 않고 짚어줘야 하는지 설명되어 있다.

그게 머리로 안다고 되겠나, 부모 마음처럼 아이가 따라오는게 아닌데,, 등등 여러 핑계아닌 핑계를 댈 나같은 부모를 위해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저런 경우에는 저렇게, 실제 이현수 박사의 상담 경험과 청소년 자녀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담아 토론이 시작되고 일단락될 수 있게 돕는다. 꼭 토론이 타협점을 찾아야만 성공적인 마무리가 아니라는 대전제는 조금은 마음 편하게 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자녀와의 대화에 이렇게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부모의 모습이 나의 미래일 거라 생각하니 각 과정이 내 안에 대화의 기법으로 내재화되기를 바라며 몇번을 반복하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큰 맥을 이해하고 나서는 이현수 박사가 구석구석에 심어둔 보물같은 팁들에 눈과 손이 바빠졌다. 특히 몇가지 유의점, 듣는 귀를 가질 것, 무엇이 진실일까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에 집중하기, 마지막 열쇠로 문이 열리는 순간을 기다릴 것 등등 토론식 대화라는 큰 주제 아래 놓치면 안될 것들이 너무도 많아 작은 포스트잇이 수도 없이 달렸다.

 
 

"어른들은 후방 백업을 하는 대배우처럼 행동하고, 젊은이들은 말 그대로 젊은이답게 그들의 세계를 활보하도록 해주는 것, 내가 생각하는 권한부여 교육의 영화적 이미지이다.

2부 양육의 빅픽쳐 중"

 

 

권한부여 교육_

두번째 전력은 권한부여 교육이다. 대니얼 J. 시겔의 책 《십대의 두뇌는 희망이다》에서 따온 이 개념은 십대 자녀에게 적절한 한계를 설정하되 최대의 자율을 존중해주는 양육법이다. 의사결정이 필요한 많은 주제에 적용해볼 수 있지만 꼭 던져야 할 질문으로 이현수 박사는 "너는 대학에 가고 싶니?"를 꼽았다. 이것은 대입까지의 학교생활 뿐 아니라 아이의 긴 인생의 중요한 방향데 대해 진지하게 스스로 고민하는 출발 지점이 되기 때문이다.

자녀를 믿고 그 말과 생각에 전적으로 마음을 여는 것은 물론, 의사 결정에 대한 권한을 줌으로써 딱딱한 어른의 뇌에서 나올 수 없는 말랑말랑하고 상큼한 십대의 해결 과정을 지지해주는 어른의 넉넉하고 지혜로운 결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꼭 십대 자녀 뿐 아니라 이제 막 유아기로 진입하고 있는 내 아이에게도 적용되는 교육 혹은 대화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되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시도조차 할 수 없게 완력으로 막는 방법부터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고 또 설명하는 방법까지 여러 옵션이 있겠지만 아이에게 일단은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다음에 함께 왜 안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이 양육법의 일종이 될 수 있겠다. 지금도 기상천외한 시도로 나를 놀라게 하는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엄마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인정하게 할 수 있을까? 늘 답답하기만 했던 이 질문에도 어렴풋이 답에 가까운 힌트를 얻었다.

 

이현수 박사는 끝으로 인생의 겨울을 위한 준비를 꺼낸다. 우리 아이들의 본성에 심어져있는 성장 마음가짐, 그리고 같은 상황 속에서도 낙관적인 마음으로 상황을 읽고 해석하는 좋은 마음 밭, 그러한 낙관성을 연습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감사하기까지. 늘 평탄할 수는 없는 자녀의 삶에 어둠이 몰려왔을 때 아이가 그 시간을 훌훌 털어내고 생각을 바꾸고 다시 타박타박 걸어갈 수 있게 부모가 먼저 아이의 쉴 그늘이 되고 시련의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마음이 심어주라는 당부이다.

 

 

처음에는 마치 내게 닥친 일인것 마냥 치열하게 시작했지만 읽을수록 따뜻했고 감사했다.

십대 자녀의 양육은 10살까지의 양육과 분리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나에게 아이를 더 많이 웃게 하고 든든한 부모의 안정감을 많이 누리게 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느 순간, 아이의 돌변한 눈빛을 보더라도 당황하거나 못본채 하지 않고 동굴에 들어가 숨어버려 늦기 전에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마음을 계속 준비 해야겠다. 아이가 더 이상 예전만큼 예쁘지 않고 꼴보기 싫은 그 순간이 기어코 오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지금 치열하게 십대 자녀와 씨름 중인 많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 분들에 비하면 3년차 초보맘인 내가 그 복잡하고 어려운 양육을 간접적으로나마 읽고 상상하며 이해해본 바로, 이 책은 제대로 무장하는 실용서가 되기도 자녀를 이해하는 해석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관적인 코멘트를 하자면, 아이와의 씨름이 지쳤을 때 아무리 밉다 지겹다 해도 내눈에 예쁜 내 자식을 향한 진짜 엄마의 속마음을 알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애쓰는 모든 엄마들을 위한 이현수 박사의 '옳은' 양육 방향 제시는 곧 응원이 될 것이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