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과 천국 - 세상을 뒤집은 골로새서 다시 읽기
브라이언 왈쉬 & 실비아 키이즈마트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년.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매 해마다 하는 다짐을 또 해버렸다. 그저 막연한 다짐으로 남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중희와 대화하다가 둘이서 책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기억한다. 첫 날에 기분 좋은 뽕을. 모든 책을 다 읽고 씹어먹을 수 있을 거 같았던 그 날을 말이다. 그렇게 결정된 책은 ‘제국과 천국’이다. 절대 스스로는 읽기로 작정하지 않을 책이기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책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두 나라의 대립이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궁금하기도 했다.

‘제국과 천국’은 골로새서를 토대로 이야기한다. 우리의 눈이 가리워져서 쉽게 알 수 없지만, 로마의 제국과 같이 우리 사회에서도 포스트모더니티의 힘을 얻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커져가는 세계적 자본주의 제국이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형태가 없는 제국에 속해서 제국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가진 것이 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처럼 말하는 시대이다.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분에 넘치는 사치를 하는 시대이다. 그것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존재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포스트모더니티 사회에서 인간은 하나의 진리나 명제, 체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탈’을 꿈꾸고 실행한다. 그러나 ‘탈’이 있다면 ‘입’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거대 서사(Meta-narrative)에 자신을 내어 맡겨야 할지 몰라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아무튼. 기독교가 어떻게 제국에 눈이 먼 사람을 깨울 수 있을까.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님의 거대 서사에 자신을 맡겨 살아갈 수 있을까. 골로새서를 통해서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이 로마의 제국으로부터 ‘탈’하여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실현된 하나님 나라의 거대 서사에 자신의 삶을 걸었는지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참 진리를 맛보았다. 참 진리는 어떤 명제나 글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로 구현된 것이다. 그들은 사도들을 통해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영접한 사람들을 통해서 참 진리를 맛보았던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세상과는 다른 삶을 사는 교회가 있는가. 한 사람이라도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을 보았거나 그렇게 살고자 분투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그리고 직접 보고 경험하는 기독교 공동체는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신만 사랑받고자 하고, 나누고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신의 것을 움켜쥐려 애쓴다. 적당히 개인 신앙생활을 하고자 대형교회로 쏠리고 있고, 돈에 눈이 멀어 세습을 강행하는 교회들도 많다. 성적인 타락으로 실망감과 분노를 사는 목회자들과 교회 안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하나님은 좋은데 교회는 싫은 ‘가나안 성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회가 놓친 것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깨닫지 못했고, 그것이 교회 안에 어떤 식으로 녹아들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말씀을 듣고 보지만, 말씀이 우리를 온전히 사로잡지 못하고 세상의 가치에 따라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책을 보며 회개하게 된다. 나는 세상에 관심이 크지 않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모습을 보이면 그만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나도 내 주변 사람들도 세상을 벗어나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세상의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세상을 보지 않았다. 말씀에 푹 잠겨서 우리의 상상력이 말씀을 통해서 일어나게 하고, 세상의 흐름을 분별하여서, 세상과는 다른 어떤 구체적인 삶을 살아갈지를 계속 고민하고 살아가야겠다. 세상의 풍조와 말씀이 말하는 지혜를 보는 눈과 보고 꿈꾸는대로 실제 살아가는 부지런한 손발이 필요하다.


> 18 현재 우리가 겪는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 19 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 20 피조물이 허무에 굴복했지만, 그것은 자의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굴복하게 하신 그분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소망은 남아 있습니다.
> 21 그것은 곧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얻으리라는 것입니다.
> 22 모든 피조물이 이제까지 함께 신음하며, 함께 해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 23 그뿐만 아니라, 첫 열매로서 성령을 받은 우리도 자녀로 삼아 주실 것을, 곧 우리 몸을 속량하여 주실 것을 고대하면서, 속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 24 우리는 이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소망은 소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바라겠습니까?
> 25 그러나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면, 참으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로마서 8장 18-25 (새번역)

깨어져 울부짖는 창조세계에 대한 긍휼과 사랑의 마음이 부어지기를 소망해본다. 그리스도 안에서 제국으로부터의 탈퇴를 선언하고 그분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공동체 안에 속하여 세상에 다름을, 세상에 구원을 선포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