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퇴원하는 소희

 

 

  소희가 퇴원을 하는 날이었다. 승훈은 소희의 퇴원을 도와주러 병실을 찾아왔다. 두 사람은 병실을 정리한 후 병원을 나왔다. 소희의 치료비와 입원비는 승훈이 이미 지불을 했다. 병원 주차장에 승훈이 주차해 놓은 차가 있어 두 사람은 승훈의 차를 타고 승훈의 집으로 향했다. 한 시간 후 두 사람은 승훈이 자취를 하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 큰 방 하나에 작은 방 하나 그리고 좁은 거실과 거실에 붙어 있는 작은 주방, 욕실이 있는 집이었다.

“배 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금방 상 차릴 테니까.”

승훈은 거실에 붙어있는 조그만 주방으로 가서 김치찌개를 끓였다. 조금 후 김치찌개가 다 되자 승훈이 상을 차려가지고 거실로 나왔다.

“근데 누가 너한테 그런 거야?”

승훈이 물었다.

“.......”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밥 먹자.”

“아버지가 그랬어요.”

소희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그 동안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얘기했다. 소희의 얘기를 들은 승훈은 그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와 있다니? 의붓아버지도 의붓아버지지만 의붓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하는 친딸을 팽개치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 버린 친어머니는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어머니는 친어머니가 아닌데도 자신한테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주었다. 그 어머니의 사랑 때문에 자신이 정신병을 앓던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젠 괜찮을 거야. 내가 널 지켜 줄 테니까.”

승훈은 앞에 있는 소희가 너무 불쌍해 보여 더욱 더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밥 먹고 우리 옷 사러 나가자.”

“예?”

“여긴 나 혼자 살아서 여자 옷은 하나도 없으니까. 니 옷 사러 가야지.”

소희는 물끄러미 승훈을 보았다. 소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두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물은 이전에 소희가 그렇게나 많이 흘렸던 눈물과는 너무나도 다른 성질의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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