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깨어난 소희
소희를 구해낸 승훈은 아직 깨어나지 않는 소희의 곁에 있었다. 소녀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무슨 일 때문에 자살을 하려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소희는 깨어났다. 그리고 곧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는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깨어났구나. 의사 선생님 데리고 올 게.”
“왜 구했죠?”
소희는 자신이 살아났다는 것이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이제 그 지옥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응?”
의사 선생님을 데려 오려고 일어나던 승훈이 멈칫했다.
“왜 구했냐고요?”
소희는 고개를 돌린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울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 데리고 올게.”
승훈은 병실을 나왔다. 분명 큰 상처를 받은 게 틀림없어 보였다. 승훈이 의사를 데리고 소희가 누워 있는 병실로 왔다. 의사는 진찰을 다 마치고 나더니 물었다.
“집이 어디니?”
“......”
“가족은?”
“......”
의사는 더는 묻지 않고 승훈한테 잠깐 할 얘기가 있다고 하면서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몸에 성폭행을 받은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요. 아무래도 지금은 그냥 안정을 취하도록 하는 게 낫겠어요. 정신적인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테니까.”
승훈은 저 어린 여자 아이한테 어떻게 그런 짐승 같은 짓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시 병실로 들어온 승훈은 소희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소희는 고개를 돌린 채 승훈을 보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그런 거니? 누가 너한테 그런 짓을 한 거야?”
“난 이제 겨우 죽을 수 있었던 거였어. 그런데 당신이.....”
소희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 후 소희는 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요. 당신 보고 싶지 않으니까.”
승훈은 병실을 나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승훈은 소희가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를 지켜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