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학교는 개강하고

 

 

  ㄱ대는 개강을 했다. 도현은 나연이 점심을 사 준다고 해서 약속시간에 맞춰 ㄱ대로 가고 있었다. 천천히 길을 걸으며 ㄱ대 정문으로 가고 있었는데 학교 옆에 있는 테니스장에서 마리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와 테니스를 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도현은 걸음을 멈추고 테니스를 구경했다. 마리가 밀리고 있었다. 준석이 포인트를 따냈다.

“잠깐 타임.”

마리는 밖에서 도현이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응?”

준석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마리가 코트 밖으로 나오더니 구경을 하고 있는 도현이한테로 왔다.

“이봐요. 자꾸 이렇게 쫓아 다니면 경찰에 스토커로 고소할 거에요.”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군요. 전 검사에요. 경찰이 어쩌지 못해요.”

그 때 핸드폰이 울려 도현은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딘데 아직도 안 와요?”

나연이었다.

“다 왔어. 금방 갈게.”

도현이 전화를 끊고는 다시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죠.”

도현은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

도현이 떠나자 마리는 다시 코트 안으로 들어왔다.

“누구야?”

준석이 물었다.

“진짜 싫은 사람.”

“응?”

“넌 너무 신경 쓸 거 없어. 자, 다시 하자고. 니 서브였지?”

마리는 자기 코트에 떨어져 있는 공을 주워서 준석이한테 던져 주었다.

 

 

  도현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연이한테로 왔다.

“10분이나 늦었어요.”

“미안, 근데 니가 웬일이냐? 나한테 밥을 다 사 준다고 하고.”

“전 맨날 거지인줄 알아요? 저도 돈 있을 때가 있는 거라고요. 가요.”

두 사람은 함께 걸어갔다.

“난 짬뽕은 안 먹을 거야. 너랑 같이 하도 짬뽕을 먹어댔더니 짬뽕은 이제 질렸어.”

“오빠, 외계인이에요? 어떻게 짬뽕이 질릴 수가 있어요?”

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뚫어져라 나연을 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어디서 너 같은 생명체가 나왔는지 신기해서 그런다. 아무튼 난 짬뽕은 안 먹을 거야. 짬뽕밥도 안 돼.”

“돈가스 먹으러 가요. 새로 생긴데 있는데 싸고 맛있어요.”

두 사람은 사거리에 다다르자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갔다.

 

 

  도현과 나연은 일식집에서 돈가스를 먹고 있었다.

“아, 언니가 얘기해 줘서 알게 됐는데 오빠 우리 언니 친구인 마리 언니 쫓아다닌다면서요. 근데 어떡할려고 그래요? 그 언니는 남자친구 있잖아요?”

“그게 뭐 대수라고? 넌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친구 있으면 포기할 거야?”

“당연하죠. 그런 게 사랑이니까.”

나연은 재수 오빠와 민이 언니를 생각하며 말했다. 재수 오빠를 두고 민이 언니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니야. 용기가 없어서 포기하는 것뿐이지. 사랑은 빼앗는 거라고.”

“오빤 그래서 뽀삐가 싫어하는 거에요!”

나연이 목소리를 높였다. 뽀삐는 도현이 집에서 키우고 있는 요크셔테리아였다.

“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뽀삐는 내가 옳다고 할 거에요. 근데 뽀삐는 잘 있어요?”

“너 보고 싶어해.”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니까.”

“뭐가?”

“오빠가 봐도 저 이쁘지 않아요?”

“뭐. 이쁘긴 하지.”

“근데 왜 나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강아지 밖에, 아니지 강아지는 사람이 아니지. 이럴 땐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거죠?”

“난 말야. 정말 니 머리 한 번 열어보고 싶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그거야 당연히 꿈이 들었죠. 전 큰아버지처럼 훌륭한 의사가 될 거라고요.”

“내가 말을 말아야지.”

도현은 마지막 남은 돈가스를 포크로 찍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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