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내기 커플

 

 

  민이는 학과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학이라서 그런지 학과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민이는 소파에 앉은 후 소파 앞에 놓인 탁자에 놓여 있던 신문을 펼쳐 들었다. 어제 신문이었지만 할 일 도 없고 해서 신문을 펼쳐 사설란을 읽고 있었는데 재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학인데 웬 일이야? 학교에를 다 나오고 말야.”

민이가 재수를 돌아보며 물었다.

“난 매일 나왔다고. 니가 오랜만에 나온 거지.”

재수는 집에 있는 것이 싫어서 방학 동안에도 학교에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래? 어쨌든 잘 됐다. 우리 농구나 하자.”

민이는 신문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이 더운 날에 무슨 농구야?”

“그러니까 땀을 빼야 될 거 아냐? 땀을 빼고 나면 시원하다고. 자 가자.”

민이는 학과실에 굴러 다니고 있는 농구공을 주워 재수에게 던졌다.

재수가 두 손으로 공을 받았다.

 

 

  날이 덥고 방학이라서 그런지 농구코트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15점 내기야. 오늘 점심은 지는 사람이 내는 거라고.”

민이가 말했다.

“또 내기야? 넌 어째 내기밖에 모르냐? 자, 너 먼저 시작해라.”

재수가 공을 민이에게 던져주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걱정 마. 아무렴 내가 여자한테 지겠냐?”

“그럼 시작한다.”

민이는 드리볼을 하다가 페인트로 재수를 가볍게 속이고는 레이업 슛을 했다. 공은 가볍게 링 안으로 들어갔다.

“제법인데.”

재수는 공을 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제 봐 주지 않을 거라고.”

 

 

  점수는 14대 14였다. 두 학생의 몸은 이미 땀으로 가득 젖었다. 재수가 공을 잡고 드리볼을 하고 있었다. 수비를 하고 있는 민이를 제치더니 중거리 슛을 던졌다. 공은 림을 두어 바퀴 돌더니 밖으로 떨어졌다. 민이가 리바운드를 한 후 드리볼을 하며 밖으로 빠져 나왔다. 기회를 보던 민이가 재수를 돌파하려는 순간 재수가 민이의 손목을 쳐서 민이의 손에서 공이 빠져 나갔다.

“파울이야.”

재수가 공을 주워 가지고 민이에게 던졌다.

“너 아주 신사적이다. 그러다 지면 어떡할려고?”

민이가 공을 받으며 말했다.

“걱정 마. 너한테 지지는 않는다고. 아무렴 내가 여자한테 지겠냐?”

재수는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민이의 공으로 게임은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민이가 재수의 앞에서 중거리 슛을 던졌다. 공은 보기좋게 림속으로 빨려들었다.

“내가 이겼어. 오늘 점심도 니가 사야 한다고.”

“또 돈 뜯겼군. 하는 수 없지 뭐. 우선 씻으러나 가자고.”

재수가 공을 잡으며 말했다.

둘은 수돗가로 가서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깨끗이 씻고 나왔다.

“여자한테 진 소감이 어때?”

“난 여자한텐 안 졌어. 너한테 졌지.”

“야, 나도 여자야.”

“그럼 증명해 봐.”

“뭐?”

“옷을 벗어보면 확실히 알 수가 있어.”

“하여튼 매를 벌어요.”

민이는 주먹으로 재수의 배를 때리며 말했다.

“내가 단언하건데 이건 절대 여자 주먹이 아니야.”

재수가 찡그렸던 얼굴을 피며 말했다.

“너 생각해서 특별히 살살 때린 줄 알아.”

“아주 눈물나게 고맙군.”

“뭐 먹을 거야?”

“오므라이스.”

“3500원이 또 날라가는 군. 아냐, 잠깐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어.”

“뭐가 안 돼?”

“다시 내기해.”

“뭐? 또 농구 하자고?”

“아니, 당구.”

“당구?”

“당구에서 진 사람이 술 사는 거야. 왜 자신 없어?”

“아니. 좋아. 근데 너 돈 많냐? 밥값에다 술값까지 어떻게 충당할려고 그러냐? 혹시 오늘 용돈 다 날리는 거 아니냐?”

“걱정 마. 아무려면 내가 또 지겠냐? 이번에는 반드시 이길 거라고.”

“좋아. 그럼 공 갖다놓고 와.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야, 왜 내가 공을 갖다 놔야 해?”

“그럼 가위 바위 보 해. 사내 녀석이 쫀쫀해 가지고 하나부터 끝까지 트집을 잡아요. 그거 좀 갖다 놓고 오면 안 돼.”

“야, 그거 성 차별 발언이야. 사내가 좀 쫀쫀하면 안 돼?”

“시끄러. 잔말 말고 가위 바위 보나 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민이는 주먹을 냈고 재수는 가위를 냈다.

“이제 불만 없지? 빨리 공이나 갖다 놓고 와.”

재수가 학과실에 공을 갖다 놓고 내려왔다.

“어디 갈까?”

민이가 물었다.

“어디 가긴? 당구장 가기로 했잖아?”

“야, 밥 사기로 한 건 사야 될 거 아니야?”

“그게 아니라니까. 당구해서도 내가 지면 밥이랑 술이랑 내가 다 사지. 하지만 내가 이기면 다 더치페이야.”

“낮술 먹자고?”

“뭘 그렇게 놀라냐? 생활이면서.”

“뭐야? 좋아. 딴 소리 하기 없기야.”

“너나 딴 소리 하지 마라. 난 이래봬도 남자야.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누가 널 남자로 보냐?”

“그것도 성차별 발언이야.”

“으이그, 정말 놀고 있네.”

 

  당구도 민이의 승리로 끝났다. 재수는 어이없는 얼굴로 민이를 바라보았다.

“대체 당구는 언제 배운 거야?”

“고등학생 때 수업 땡땡이 가면서 배웠다.”

“참 잘한 짓이다. 근데 그러고 어떻게 우리학교엔 들어왔냐? 너 시험지 유출했지? 교육부는 도대체 뭐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이런 사위비 대학생 안 잡아가고.”

“야, 난 원래 머리가 좋아. 너보다 아마 IQ가 두 배는 높을 거다. 남북통일국가 초대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줄 아냐? 다 머리가 좋아야 하는 거라고.”

“대통령? 또 그 병 도졌나? 그러게 하루 빨리 정신 병원에 가 보라니까. 그리고 너 머리 좋은 건 나도 인정하는데 요즘은 EQ 시대야. 내가 보기에 니 EQ는 수준 미달이 확실하니까 한번 상담을 받아 보라니까.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재수의 말이 끝나자 민이가 재수의 발을 밟았다.

“아아, 야, 왜 남의 발은 밟고 그래?”

“니 그 입 좀 다물라고 그런다. 왜?”

“확실히 EQ에 문제가 있다니까. 내가 잘 아는 상담센터 있는데 소개시켜 줄까?”

“그런덴 너나 가서 상담 받고 빨리 밥하고 술이나 사.”

두 학생은 또 티격태격하며 가까운 술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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