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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평점 :
겨울밤의 공기는 언제나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고요하다. 그런 밤에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등불이 켜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말을 듣고 또 수없이 많은 말을 남기며 살아간다. 그 말들은 때로는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머물러 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책이 전해 준 메시지는 바로 그 점이었다.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은 우리와 함께 자란다.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의미를 만들고 결국 우리를 다른 길로 이끌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따라오며 우리는 말의 정체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말이 어떻게 사람을 붙잡고 흔들고 위로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경험을 더욱 깊고 생생하게 보여 준다. 한 문장을 통해 시작된 도이치의 여정은 결국 인간의 삶 전체를 비추는 하나의 거울이었다. 우리는 말 때문에 무너지기도 하고 말 때문에 일어서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말을 통해 우리는 지금의 우리 모습에 도달하게 된다
겨울밤의 조용한 시간 속에서 당신도 한 번쯤 자신에게 남아 있는 말들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기억이 아니라 지금의 당신을 이루는 중요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혹은 오래된 말 때문에 마음의 무게가 느껴진다면 이제는 그 말에서 벗어나도 좋다. 이 책은 말의 기원을 찾는 이야기였지만 동시에 새로운 말로 나아가는 길을 알려 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말은 완전할 필요가 없다. 말은 때로 불완전한 형태로도 충분히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말이 가진 진심이다. 그 진심이 닿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당신에게도 그런 말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당신을 위로해 주고 당신을 지켜 준 말. 그 말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누군가에게 건넨 말도 또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다시 피어날 것이다
이 겨울 당신의 마음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이 이야기가 당신의 삶에 작은 울림을 남겼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말은 이어진다. 마음도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연결 속에서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