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로커 베이비스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북스토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잠시 위키백과에서 년도별로 출간된 순서를 Ctrl+C / Ctrl V 했다.


  • 1976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1980년: 《코인로커 베이비스》
  • 1987년: 《69 식스티 나인》
  • 1987년: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
  • 1989년: 《래플스 호텔》
  • 1994년: 《쇼와가요대전집》
  • 1994년: 《오 분 후의 세계》
  • 2000년: 《공생충》
  • 2000년: 《희망의 나라로 엑소더스》
  • 2003년: 《지상에서의 마지막 가족》
  • 2005년: 《반도에서 나가라》
  • 2015년: 《올드 테러리스트》



 <Sixty nine> ,<바이러스>,<공생충>,<코인로커 베이비스>가 내가 읽은 류의 작품들인데, 검색해보고나서 조금 놀랐던게 <코인로커..>가 1980년작, 그러니까 데뷔작이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이고, 그 다음에 출간된 작품이라는거였다. 네권의 책을 출판년도를 가린 다음 섞어 놓고, 어느게 가장 후기작이냐고 묻는다면 볼것도 없이<코인로커..>라고 답할만한데, 이게 초기작이라니.. 나로써는 조금 의외였다. 


 흔히, 작가들은 작품 활동의 후기로 갈수록 글솜씨가 좋아져 읽기 편해진다. 작품의 전체적인 디테일이나 윤곽도 다져져서 초창기의 투박한 맛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무라카미 류는 작가의 정체성에 따라 한 방향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간다기 보다, 여러 갈래로 난 '작가의 길'을 두루두루 다녀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작가 자신도 그것을 즐긴다는 인상이 강하다.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가 아니라, 이것 저것 다 먹어치운다는 느낌. 


 그렇다보니, 각 작품에 대한 인상이 일관적이지 않고, '이건 좋은데!!', '이런 쓰레기를', '음, 여긴 나쁘지 않군' 하는 식으로 골고루 흩뿌려져 있다. 


 어쨌거나 수많은 그의 작품들 중, 나에게는 <코인로커 베이비스>를 가장 높이 쳐주고 싶다는 거다. 슬쩍 묻어가자면, 무라카미 하루키도 <코인로커..>를 두고 '강렬한 책'이라고 극찬을 했던 바가 있다.


 이 책을 추천(? 다시 읽어보니 내가 추천하고있는 건지 몰랐다 부정하지 않으므로 그냥 내버려둔다)하는 이유는 사실 일본의 덕후 비평가 오스카에이지의 책 때문이었다. 오스카에이지가 누구냐고 물을 만한데, 한마디로 그는 '나같은 독자'와 '한 패거리(물론 내가 그를 좋아하는거지, 그는 나를 모른다.)'인 일본의 만화 원작자다. 무슨 창작 학교의 선생이기도 하고 ,권위있는 일본 문학계에 온갖 잡다한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서브컬쳐비평가이기도 하다. 


 그가 쓴 수많은 창작과 작법류 책에서, '만약 소설을 쓰고 싶다면 잘 쓰여진 소설을 배껴쓰라' 라고 권한다. 그러고서 그가 대놓고 언급하는 작품이 <코인로커 베이비스>다. 물론, '티'안나게 베끼는게 요지다. 그래서 나도 '티'안나게 배껴쓰면 소설이란걸 써볼수 있겠구나 싶어서 구매했고, 읽어보게 된거였다. 


 물론 쉽지가 않다. '운전하는 걸 보고 잘 배워둬!' 라고 말하고 '잘 봤지? 이제 네가 운전해봐'라고 핸들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 미칠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다보면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아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런지도 모르겠다. 오스카에이지의 생각을 몇개의 문장으로 요약할순 없지만, 결국 일종의 '요령'만 알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고 나도 그의 생각에 어느정도는 동의한다. 심지어, 붕어빵 찍어내듯 소설을 찍어낼수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인공지능이 쓰는 소설등). 재료만 다른걸 쓴다면 정말로 잘 팔릴지도 모른다는 건데, 그걸 가장 잘 해내고 있는 사람이 일본의 두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다(?), 라고 말할 정도니까. . 


 순간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로써 오해의 여지가 있으니, 약간의 시선 조정이 필요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의 신적 지위를 위해 그를 칭송하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뭔가 변명해둘려고 했는데...... 그냥 관두기로 했다. 직접 <코인로커..>를 읽어 보고 '창작'을 해보시라! 그럼, 무라카미 하루키와 류가 얼마나 '잘' 베끼는지 알게 될테니. 



PS. <Sixty nine>,<바이러스>,<공생충>은 각각 모두 다른 사람이 쓴 소설같다. 저 마다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는 전혀 없으므로, 나름 읽어볼만 하달수도 있겠다. 솔직히 <바이러스>는 비추다. <공생충>은 장정일의 평론이 읽어볼만했고, <Sixty nine>은 청춘소설인데, 늙어서 걷지도 못할때 요양원 의자에 앉아 조용히 읽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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