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뜬 거울
최학 지음 / 문예사조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작가의 눈으로 보는 그리고 가슴으로 느끼는 형상들이 전해져 온다. 수 없이 많은 단어로 풀어써도 이해가지 않을 내용들이 한 단어로 함축되어 다가온다.
시를 읽는 묘미가 아닐까? 한 없이 여린 여인이 어머니란 이름이 되었을때 모든 것을 감내하며 자녀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주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자신의 희생으로 자녀의 잘됨을 기쁨으로 여기며 사는 그 어머니의 모습을 단 몇마디의 단어로 고스란히 담아 낸다. 이런 시어들 속에서 나는 어머니의 산고의 고통을 느끼고 자녀를 향한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고 이제 그 어머니의 희생을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보답하려는 마음이 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간다. "어머니"를 읽고 난 나의 느낌이다.
바다에 뜬 거울.. 수 없이 많은 시들이 나의 정서에 영향을 준다. 그래 그랬었지. 그럴 수도 있구나. 그런가? 하는 이런 저런 생각들이 향수에 젖게도 하고 새로운 세계에 접하기도 한다. 바다의 풍경이 있고 사계절이 녹아 있고  따뜻한 어머니의 품이 있다.
사람 아닌 사람 예쁜 얼굴에 몸은 팔등신 계절 앞서 옷 입고 멋 부린다/ 오가는 사람들 눈길 주어도 표정 한 번 변하지 않고 한 곳만 쳐다본다/
위의 싯구처럼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부분도 있지만 작가만이 아는 이미지로 묘사한 부분들도 있어 무슨 의미인지 곰곰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짧은 시어로 많은 뜻을 품는 다는 것은 한편의 시를 쓰기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얼마나 많은 경험들이 한편의 시가되고 한권의 시집이 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쩌면 내가 살던 어린 시절보다 훨씬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 풍경들도 있고 내 어린시절의 풍경도 있고 지금의 풍경도 간간히 눈에 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사계절이 바뀐다는 것, 그 중에서도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의 시작이라는 것이 시 속에 흘러 내린다.
나는 옛시조도 좋아하지만 가끔 펼쳐볼수 있는 시집들을 좋아 한다. 그 속에서 한구절쯤 외고 있다가 분위기 잡고 한번쯤 고백해 보는 것도 낭만 적일 것이다.
내가 맨처음 접한 시는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 그리고는 아주 오랫동안 교과서 밖에서는 시를 접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던 것 같다.
바다에 뜬 거울을 만나면서 나는 두눈을 질끈 감고 시를 감상하는 여유를 가져본다. 삶이 그리 분주하지 않음에도 이렇게 여유를 갖기란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집이 나에게는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게 하는 여유를 주었고,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향수를 주었고, 시인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고 풍경을 느끼고 계절을 느끼고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에도 엄마를 크게 느꼈던 것은 큰 아이 둘째 아이도 있지만 지금 내 안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때문인가보다.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엄마도 내가 뱃속에 있을 때 지금 나처럼 행복하셨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이들어 아이를 가진 딸이 걱정스러우신지 평소에 전화요금 나갈까 얼른 끊으라시던 엄마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내가 먼저 해야하는데 하는 죄송함도 있고 또 나름 엄마의 전화가 반갑기도 하고 그렇다.
좋은 시집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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