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양국일.양국명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붉은벽돌무당집, 호러픽션에 이은 양국일, 양국명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악령'은 한편의 공포영화를 연상케하는 깔끔한 수작이었다. 영상화에 무척이나 용이한 작품이 아닌가싶었다. 단편집들을 읽으면서 쌓아온 두 작가에 대한 신뢰가 무척 큰 편이라 장편에 대한 기대치도 많이 높았다. 악령은 그 기대치에 부응하는 작품이었다. 작가들은 자신들의 장기인 '공포'를 이번 신작에서도 유감없이 펼쳐보이고 있었다.

공포소설로서 여러가지 장점과 가능성이 돋보였는데, 충격적인 프롤로그부터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에필로그까지 소설은 단숨에 읽힐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났다. 또 탄탄한 구성과 서사, 치밀하게 짜여진 복선과 공들여 완성한 캐릭터들의 향연을 보면서 두 작가가 얼마나 오래 구상하고 고민했는지를 짐작할수 있었다. 무엇보다 순간순간 읽는 이를 전율케하는 스릴과 공포가 압권이었다.  

무서운 공포를 담고 있지만 서정적이고 인상깊은 문장들도 많았다.

 

숲의 바람은 차고 거칠었으며, 태인을 두고 격돌하듯 앞뒤에서 한꺼번에 불어닥쳤다.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미래에 닥칠 불행을 예고하는 듯했고,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과거의 불행을 반추시키는 듯했다. 어느 것도 유쾌하지 않았다. 태인은 과거든 미래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도미노를 줄 맞춰놓듯 현재의 시간을 차례차례 배열해나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p28~29)

 

그것이 엄마의 실체가 아닌 유령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도 태인은 몇번이나 엄마의 뒷모습에서 발을 멈추곤 했다. 태인이 더이상 울면서 달려가지 않았기에 엄마도 끝까지 뒷모습만 보인 채 돌아보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보면 끔찍하고 무서웠지만 돌아보지 않는 엄마의 뒷모습은 아득한 슬픔과 그리움을 자아냈다.(p215~216)

 


복수와 망각에 대한 여우 전설을 품고 있는 전나무숲을 배경으로 그 안에 지어진 외딴 사립학교에서 과연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주인공 태인은 비밀의 어디까지 접근하게 되면 또 진실의 어디까지를 받아들이게 될까... 

라스트는 무척이나 강렬했고, 서사를 뒤흔드는 반전도 있었다. 이어지는 에필로그가 주는 짙은 여운도 인상적이었다. 책장을 덮는순간까지, 덮고나서도 많은 생각에 사로잡히게 했다. 여러 단서와 복선들을 다시금 상기하게 했다.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전나무숲의 전설은 소설 전체를 이끄는 중요한 상징이자 단서로 키포인트역할을 하고 있었다. 

긴장감넘치는 서사의 진행방식이나 캐릭터들의 다양함이 영상화되기에 좋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