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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이다 - 요셉 조성만 평전
송기역 지음 / 오마이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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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치열한 삶이다. 나무는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에게 잎과 열매, 그리고 목재를 주며 본연의 몫을 다한다. 또다른 매력은 단순함과 질박함이다. 나무에 가까이 가서 껍질과 잎을 보면 군더더기가 없다. 어떤 나무는 꽃을 화려하게 피우지만 그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나무와 같은 사람. 그러한 청년을 만났다.

“사랑때문이다. 내가 현재 존재하는 가장 큰 밑받침은 인간을 사랑하려는 못난 인간의 한 가닥 희망 때문이다. 이 땅의 민중이 해방되고 이 땅의 허리가 이어지고 이 땅을 사람 사는 세상이 되게 하기 위한 알량한 희망, 사랑때문이다. 나는 우리를 사랑 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우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사랑 때문이다 중 1988년 3월18일 조성만 열사의 일기장에서)

‘사랑때문이다’의 저자 송기역은 ‘트랙터 순례자들의 노래’로 전태일문학상을 받았으며, ‘허세욱 평전-별이 된 택시운전사’, ‘흐르는 강물처럼-우리 곁을 떠난 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저서로 갖고 있다. 이처럼 시대의 깨어있는 정신을 말하는 그의 신작인 ‘사랑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의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1988년 5월 15일, 한반도 통일, 미군 철수, 군사정권 퇴진, 서울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할복 투신한 조성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결코 가벼운 심정으로 책을 읽을 수는 없었다. 한 청년의 절규가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같은 절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두 가지다. 88년 그 시절을 확실하게 기억하고자 함과 세례를 받으며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책은 첫 장부터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1988년 5월15일 청년은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가식적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옳은 것은, 옳게 체화할 수 있는 자신의 점검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내가 보여주었던 모습들은 가식의 모습이었다."

열흘 후 청년은 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서울 명동성당 교육관 앞에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 있게 된다. 한반도 통일, 미군 철수, 군사정권 퇴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외치며 할복·투신한 조성만 열사다.

도대체 1980년대의 시대정신과 지금의 그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조성만 열사는 대답한다. "사랑 때문이다. 내가 현재 존재하는 가장 큰 밑받침은 인간을 사랑하려는 못난 인간의 한가닥 희망 때문이다."

첫 장을 넘기면 검은 바탕에 흑백사진이 무언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조성만열사의 서울대학 입학사진부터 평범한 학창시절 사진이 펼쳐진다. 씨름과 야구를 즐기는 청년은 잠시 후 투쟁 속으로 들어가더니 급기야 명동성당에서 투신하는 현장 사진까지. 가슴이 답답해왔다. 몇 장의 사진과 그의 추모비를 보고나서 일주일이 지나서 책을 손에 들었다.

세례를 준 문정현 신부는“조성만을 자신이 영세를 주었지만, 조성만은 통일의 스승으로 자신의 가슴속에 늘 살아 있고, 14년 전에 열사가 주장한 내용은 진정 옳은 일이며, 현재에도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해 반미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매진하고 있다”며 추모식에서 울먹였다. 책 마지막 그의 유서는 더욱 안타깝게 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내가 잊지 말아야 할 기도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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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오지 캠핑장 101 - 초보 캠퍼도 쉽게 떠나는
성연재.채경규 지음 / 비타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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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밤이 조용히 깊어갈 때 청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개구리 보다 목청이 높고, 빠르면서도 가볍다. 곽곽곽곽, 하는 애잔한 울음소리가 밤을 흔든다. 순간,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세월의 막막함과 아득함이 느껴진다. 개구리 울음 특유의 야생성 때문인지 청개구리와 실내에 있는 나와의 거리가 사뭇 멀다.




이사 온 집은 뒷산을 배경으로 앞 들판 끝에 있다. 집 앞엔 호수로 흘러가는 도랑물이 있고, 도랑 건너엔 논이 있다. 생태공원이라고 하는 곳이다. 물이 넉넉한 곳이어서 논마다 물이 흔하다. 무논을 갈고 써레질을 하고 모내기를 하고 나면 논은 더 이상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다.




그 후부터 무논은 개구리들 차지다. 그들은 해가 떨어지고 이슬이 내리면 울어대기 시작한다. 반딧불이가 어룽어룽 날아다닐 때면 개구리 울음 때문에 고단한 논벌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찾아 맘에 들었던 고장이다.




“하루하루를 캠핑 온 듯 살아가요” 아는 사람을 만나면 빠트리지 않고 하는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즐거운 것이 여행이다. 특히 오지 여행을 하며 자연과 순수하게 만주하는 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평년 기온을 웃도는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그 어느 해보다 빨리 다가온 여름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덩달아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는 시기도 빨라진 듯하다. 초보가 떠나도 쉽게 찾을 만한 장소를 소개하는 ‘대한민국 오지 캠핑장’을 펼치면 이미 우리나라 전국을 찾은 기분이다.




이 책은 매주 캠핑을 떠나는 두 캠핑 마니아(성연재 ․ 연합뉴스 편집국 사진부 기자, 채경규 ․ '지지가든' 네이버 블로그 운영)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초보 가족 단위 캠퍼들을 위해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오토 캠핑장에서부터 야생의 캠핑을 만끽할 수 있는 고수들을 위한 캠핑지 101곳을 담았다.




캠핑장 주소, 캠핑료, 수용능력, 바닥상태와 배수상태 등 캠핑에 필요한 캠핑장 정보는 물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대체 캠핑장 소개와 주변의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까지 알차게 담아, 즐거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친절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캠핑장마다 오지성과 난이도를 별점으로 평가해놓았다.




오지성은 문명세계로부터 캠핑장이 얼마만큼 격리되어 있는지를, 난이도는 해당 캠핑장에서 편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또 각 캠핑장마다 찾아가는 방법과 즐길거리, 볼거리는 물론 수용능력과 추천 계절, 캠핑료, 화장실ㆍ샤워장 유무, 바닥과 배수 상태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요즘 캠핑인구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캠핑은 온 몸을 자연 속으로 던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펜션이나 호텔 등에 묵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밥을 짓거나 책을 읽어도 숲 아래에서, 놀이를 해도 강 옆에서 한다. 그야말로 자연과 하나 되어 공짜로 즐기는 캠핑이 인기를 끌면서 이제 전국에 내로라하는 캠핑장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가지 못할 정도로 붐비고 있다.




이 책을 마주하면 도심에서 떨어진 전국 방방곡곡의 오지 캠핑장을 영남권과 호남권, 충청권, 강원권, 수도권으로 나누어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가족 단위나 초보 야영객을 위한 오토 캠핑장부터 고수 야영객을 위한 비박(텐트 없이 야외에서 잠을 자는 것)캠핑장까지 다양한 캠핑장의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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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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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창시절만 해도 ‘과학=어렵다’라고 여겼다. 물론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내가 배운 과학은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얻어진 지식의 체계를 말하며, 자연과학은 인간에 의해 나타나지 않은 모든 자연 현상과 사회과학은 인간들의 행동과 그들이 이루는 사회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한다니 정말 어렵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보니 과학이라면 우주선 이야기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물질들이 일으키는 현상이려니 했는데, 요즘은 아니다. ‘침대가 과학’이라는 광고 슬로건이 말해주듯 과학은 생활 곳곳에서 우리와 마주친다. 실제로 요즘 서점을 가보면 과학도서 코너에 주부, 학생, 회사원 등 다양한 고객들이 책 고르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장면들은 과학이 이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교양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하지만 아직도 문학 등과 비교할 때 과학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분야다. 선뜻 다가가자니 두렵고, 깊게 빠져들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과학과 다소 거리가 먼 문과 출신들은 이공계 출신들보다 더 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최근 새로 출간된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는 누구라도 과학과 친해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

저자 최성일은 인천 부평고등학교 출신으로 초등학생 시절 <소년소녀발명발견과학전집>을 아버지를 졸라 구하고 나서 단박에 읽은 모양이다. 그 후 그는 처음 접한 과학도서로 이 책을 꼽고 있다. 그런 그가 강소천의 동화집은 읽는 내내 지루했다고 말한다.

과학에 남다른 호기심을 가진 그가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는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그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없었다면 숱한 과학책 읽기를 시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떠한 책이든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어야 접할 수 있단 생각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인문학적인 소양을 최대한 살려 과학책 읽기를 시도한 끝에 이 책을 펴냈다. 자신이 섭렵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등 탁월한 과학 교양서들을 소개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어렵다고만 여겼던 책들의 소개가 술술 읽힌다. 과학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 독서의 맥을 짚어주기 충분하다. 이 책을 통해 접한 60여권의 과학책은 인문주의자의 언필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결과는 저자의 수많은 과학책 읽기의 부산물이다. 과학다운 과학책으로 접한 ‘코스모스’는 중학생에게 꽤 까다로웠지만, 작은 활자의 500쪽을 오기로 완독한다. 후에 명왕성을 태양계의 일원으로 버젓이 등장시켰다는 걸 집어냈다.

본격 과학책 읽기는 대학생 때라고 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다윈 이후’는 그에게 충격과 감동을 선물했다. 외에도 인문학적 시각으로 읽어보는 과학이론 입문서. 과학자의 자서전과 전기ㆍ평전, 과학의 특정 분야와 이슈가 책 속에 골고루 녹아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찰스 다윈의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 왔다>, 리처드 파인먼의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 등 유명 과학자들의 자서전을 인문학도의 눈으로 재미있게 다룬 서평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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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 - 한 시골교사의 희망을 읽어내는 불편한 진실
황주환 지음 / 생각의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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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스승의 날 즈음에 한 중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스승의 날 기념이나 행사 안내는 없고, ‘공직 비리를 신고하라’는 공고문만 화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해 마음이 짜안해졌다.  

 

지난해 경기도 교육청에서 66만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39.6%가 “있다”고 답했단다. 이를 뒤집으면 10명 가운데 6명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런 설문조사를 보더라도 스승과 제자사이의 사랑과 존경이란 가치가 실종 된지 오래다. 대부분 반대한다는 체벌금지로 학생들의 인권은 보호받지만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오히려 늘어 ‘막장교실’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참 답답한 교육현실이다. 이러한 때 ‘한 시골교사의 희망을 읽어내는 불편한 진실이’란 부제아래 ‘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한 권의 책은 이러한 체증을 확 풀어주었다. 

"나는 교육이론가나 학자도 아니고 신실한 교사도 못 된다. 그래서 사회를 분석하고 교육모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내 능력을 벗어난다. 그러나 학교가 얼마나 굴종과 억압의 공간인지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리고 그 학교가 바로 한국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에 절망하기도 한다. 우리가 이 굴종과 억압을 원한 것은 아니라지만 살펴보면 우리가 초래한 것이듯, 한국사회의 모순 역시 대중 스스로가 만든 것임을 말하고 싶었다. 그 중심에 교육이 있어왔다. 이 책은 이 사태를 늦게 깨달은 현장교사의 고백이기도 하다. " -머리글 중에서-

일선 교사인 저자 황주환은 이 책에서 학교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가리'를 열어 학교에서 겪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지적한다. 교사가 된 후 한국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이 변하게 됐는가를 말하는 현장교사의 고백서와 같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이야기보다 불편한 말들로 춤춘다."고 말한 책은 손에 들고 단숨에 읽어 내리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현실은 학생들이 여교사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꾸중하는 교사에게 폭행을 하는 등 학생들의 도를 넘은 교권침해 사례가 잇따라 알려져 충격적이다. 학생들 또한 수행평가, 선행학습, 심화학습, 자기주도형 학습 등 우리시대 때는 듣지도 못한 성적위주 경쟁에 시달려 사제간의 끈끈한 정을 나눌 기회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 황주환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할 것을 요구한다. 무엇이든 질문을 통해 길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아름답고 말랑말랑한 이야기 속에 감춰져버린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교육이란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어느 순간 질문하는 태도와 방법을 잃어 버린 채 모든 것을 마냥 긍정하거나 ‘뭐 별것 있어’ 하면서 냉소적 태도로 일관할 때가 많다면, 그건 분명 이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중간중간 소제목으로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나를 바꿔준 책들에 대하여”에서는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소개된다. “세상을 비춰 보게 했던 책들에 대하여”단락에서는 루쉰의 ‘아큐정전’, 강명관의 ‘열녀의 탄생’,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가 소개된다. 마지막 부분에 독서노트가 실려 있어 저자가 종종 쓰기도 했던 ‘텅 빈 기호’를 충만하게 채우는 일련의 과정을 소개한고 있다.

작은 책 한 권이 이 사회를 바꾸는 초석이기를 바라며 생각을 더듬어보면, 서두에 적은 학교와 같은 도내 다른 학교의 경우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생님 존경’ 캠페인에 나섰다고 한다. 선생님 캐리커처 그리기, 선생님께 감사 전화와 문자 보내기, 사제동행 걷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일회성 캠페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어 실종된 선생님의 권위를 되찾아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다’는 스승의 날 노래가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저자 황주환은 1966년 경북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몇몇 학교를 거쳐 지금은 작은 읍의 중,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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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국어 교과서 - 생각을 키워 주는 10대들의 국어책
김보일.고흥준 지음, 마정원 그림 / 작은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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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나 상점들을 보면 정체불명의 외래어로 된 이름이나 간판이 쉽게 눈에 뜨인다. 어떤 건 아예 무슨 뜻인지 알아보기도 힘들다. 순수 우리말이 실종되고 낯선 외래어 간판들이 판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그것뿐인가? 젊은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문자메세지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신조어  투성이다. 나도 가끔은 이런 문자를 받는데, 바야흐로 지금은 신조어 홍수 시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누가 바르게 고쳐주려는 사람도 없다보니 부모자식 간에도 이런 신조어로 문자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때 내 손에 들린 ‘사춘기 국어교과서’는 불편한 심기를 쉽게 꼬집어 주었다. 책은 ‘‘ㄱ’은 어떻게 읽을까?’ ‘한글은 모두 몇 자일까?’부터 시작해 ‘외래어 표기법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까지 자상하게 알려준다. 마치 사춘기 학생들을 앞에 둔 선생님처럼 말이다.

어느 글에서 요즘 청소년들에게 ‘추파’(은근슬쩍 관심을 보낸다는 뜻)와 ‘너스레’(수다스럽게 떠벌리는 말이나 행동)의 뜻을 조사했더니 ‘추파’는 ‘가을에 먹는 파’라 했고 ‘너스레’는 ‘슬리퍼의 우리말’ 혹은 ‘너는 술래’라고 했다는 내용을 보고는 어이없는 일이라고 웃어넘기기엔 우리 사회의 책임이 크다. 이런 학생들 앞의 선생님처럼 이 책은 조용하지만 확실한 답을 제시해준다.

책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진실을 질문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착한 몸매’라니, 그런 말이 타당할까요?, 인간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버스에서 내리려면 벨을 눌러야 할까요, 벨의 스위치를 눌러야 할까요…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

언어는 놀이와 같아 고정불변은 아니지만 엄연한 규칙이 있다. 또한, 사춘기의 청소년들처럼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언어란, 어제의 언어가 사라지고 새로운 언어가 창조되기도 한다. 세상이 변하듯 언어도 자꾸 변한다. 새로운 것은 없다. 결국은 자기 복제이며 파생이고 확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새로운 발견이며 새로운 탄생을 만들어낸다.

이런 파생적인 현상은 잘못된 오류를 남기기도 한다. 아파트도 상품도 모두 외래어로 이름을 붙여야 잘 팔린다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한글을 마음대로 바꾸는 신조어의 남발은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할 문제다.

우리 국민이 스스로 우리말을 홀대하고 외래어만 쫓아간다면 한글의 미래는 어떻게 되며 또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떨지 걱정스럽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틀이 되기에 우리의 언어를 바르게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사춘기 국어교과서’를 읽으며 아름다운 우리말로 만들어진 문장들을 떠올려본다. -쪽빛 하늘을 이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뭉게구름으로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하얀 그리움, 해바라기처럼 발돋움하는 기다림, 쑥부쟁이 꽃잎에 일렁이는 가을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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