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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누쿠이 도쿠로 ‘우행록’
‘통곡’으로 누쿠이 도쿠로의 매력에 입문했다면 이번 비채의 블랙&화이트시리즈에 나온 ‘우행록’은 그의 더욱 깊은 면을 맛볼 수 있다.
‘통곡’은 정말 밤에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었다.
과제를 다 하고 머 할 것 없을까? 기웃거리다가 도서관에서 빌려놓은 누쿠이 도쿠로의 첫 작품 ‘통곡’이다.
처음에는 조금만 읽고 내일 다 읽어야지 하고 잡았다가 결국....
새벽까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진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과연 반전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면서 책을 한 장 두 장 넘겼는데..
결국 반전을 읽고 순간 멍해졌다.
이런 트릭 너무 좋다! 진짜 처음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통곡’은 정말 훌륭했고, 재미있었다. 반전도 너무 좋았고...
증후군 시리즈도 다는 아니지만 읽긴 읽었는데 ‘통곡’에 비해서는 약한 것 같다. 그만큼 통곡이 훌륭했다.
솔직히 ‘우행록’도 통곡에는 미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행록은 인간의 어둡고 음습하며, 누구나 가지는 인간의 어둠을 철저하게 파헤친다.
우행록에서도 그런 인간의 어둠을 보여준다. 추악하고 일그러지고 하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에 기생하는 그런 어둠을...
나 역시도 갖고 있는 그런 어둠이다.
‘우행록’의 기본 이야기는 무참히 살해된 가족의 지인들에 대한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 누가 왜 그들을 살해했을까?
‘우행록’은 피해자 부부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것을 주욱 늘어놓는다.
그 내용을 통해 일가 살인 사건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른다.
요즈음에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화자들이 인터뷰나 대화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소설은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인 다코 부부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를 분명히 알 수 있게 한다.
나는 6명의 인터뷰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코 부부에게 점점 다가간다.
와세다를 나와 부동산 회사에 취직해 많은 연봉을 받는 다코, 세이신을 나와 게이오에 들어간 미인에다가 부잣집 아가씨인 나쓰하라, 그 부부의 똑똑한 아들과 귀여운 딸이 집에서 무참히 살해되었다.
인터뷰어는 그 다코부부의 학창시절 또는 직장시절을 함께 보낸 지인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대화에는 부부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매우 흥미롭고,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하고 아름다워 보이던 사람들의 숨은 실상을 보며 충분히 원한을 살 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솔직히 그 부부의 이면이 너무 무섭다.
각각의 사람들이 겪은 부부의 인상과 에피소드는 마치 잘 이어진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준다.
그리고 한 인터뷰가 끝나면 한 여성의 모놀로그가 들어있는데 처음에는 이 모놀로그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하다가 결국에는 잘 짜인 퍼즐처럼 한데 모이는데 그것이 정말 끝내준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앞으로 뒤로 넘기기도 하고 아주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었다.
역시 누쿠이 도쿠로는 대단한 작가였다.
통곡보다는 솔직히 조금은 부족한 것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재미있는 서술트릭을 보아서 기뻤다.
난 역시 서술트릭이 좋다. 책을 다 읽고 뒤통수를 세게 맞는 것이 신이 난다고 할까?
앞으로도 뒤통수를 세게 맞을 수 있는 책을 많이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