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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스콧 스미스의 ‘폐허’
스콧 스미스의 심플플랜을 읽은 직후 그의 또 다른 소설이 읽고 싶다는 욕망이 마구 치밀어 읽게 된 그의 두 번째 작품 ‘The Ruins 폐허’는 강렬한 표지와 무시무시한 두께로 압도적인 기를 느낄 수 있었다.
표지에 있던 붉은 꽃과 ‘압도적이 공포와 마주하라’는 글귀는 과연 그가 나를 어떤 세계로 이끌어줄지 마구마구 기대가 되었다.

이야기는 짧고 강하다.
멕시코로 여행을 온 미국인 두쌍의 미국인 커플은 여행지에서 독일인 청년과 그리스 청년들을 만나게 된다.
따사로운 햇빛 아래의 무료한 삶에 지친 그들은 독일인 청년의 동생을 찾으러 폐허로 떠난다.
미국인 커플 제프와 에이미, 에릭과 스테이시, 독일인 마티아스, 그리스 파블로 이렇게 6명이 여행을 떠난다.
그들의 여행은 뭔가 불안감과 묘한 기시감등 불안감이 맴돈다.
황폐한 마야인들의 마을을 지나면서 마야인들의 이상한 행동과 눈치에 일행은 불안감에 떤다.
그들은 여차저차 무더위에 고생하면서 마티아스 동생이 떠난 폐허에 도착한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 순간 갑자기 총과 화살로 무장한 마야인들이 폐허를 에워싸고, 그들은 폐허 안에 고립된다.
우왕좌왕 방황하며 두려움에 떨던 그들에게 갱로 안에서 핸드폰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일말의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그것은 곧 절망으로 바뀌는데...
책은 정말 걸작호러의 진수를 보여준다.
책 뒤의 여러 매거진의 극찬이 정말 무색하지 않는다.
일본미스테리 카페의 회원들도 베스트라고 꼽히는 것을 보면 ‘폐허’는 나만 즐겁게 읽은 책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 것 같다.
새학기여서 피곤하고 무기력했던 나에게 지하철에서 강의실에서 큰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너무나 무서웠다....
마지막을 달려가면서 간간히 책을 덮고 한숨을 쉬고 머리를 마구 두들겨서 동생의 이상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내 손에 땀이 흥건히 적셔있었고, 아... 이 여정이 이렇게 끝이 났구나. 하는 생각에 시원섭섭했다.
심플플랜은 한 인간이 어떻게 밑바닥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면, 폐허는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공포 앞에서 무릎 꿇는지 어떻게 무너지는 지를 절실하게 보여준다.
심연보다 깊은 끝없는 공포 속으로 추락하는 여섯 명의 여행객을 번갈아가며 그들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제프의 눈으로 냉철하지만 자만하게, 에릭의 눈으로 인간이 어떻게 미쳐 가는지, 스테이시와 에이미의 눈으로 현실도피와 나약함을 그려낸다. 나는 모든 사람의 눈으로 인간의 나약함과 공포를 경험했다.
그들을 응원하기도 하고, 경멸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책을 손에서 놓치지 못했다.
책 뒷표지에 적힌 <살롱>의 추천사인 ‘지금부터 여덞 시간 동안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 책을 절대 읽지 말 것! 결코 내려놓을 수 없다!’라는 추천사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등하교할 때, 쉬는 시간마다 짬짬이 읽었는데 계속 책 생각이 나서 식겁했다.
그리고 심플플랜 읽을 때도 그렇지만 그의 소설은 완전 머릿속에서 그림이 쫘악 그려진다.
잔인한 장면을 그려질 때 너무 생생하게 떠오르는 내 머릿속의 그림들이 나를 심히 괴롭혔다.
그래서 폐허를 다 읽고 잠을 잘 못 이루었다.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데 계속 책 생각이 나서 너무 무서웠다.
폐허 역시 영화로 나왔다고 하는 데 솔직히 무서워서 못 볼 것 같다.
그만큼 폐허는 엄청난 공포를 나에게 선사했다.
특히 다 읽고 표지를 봤을 때의 느낌이 처음 책을 보았을 때와는 달리 엄청 두렵게 느껴졌다.
표지에도 정성이 가득 담겨있어서 편집부의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솔직히 폐허가 심플플랜보다 훨씬 재미있고, 그 여운도 심히 오래갈 것 같다.
심플플랜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심플플랜도 완전 재미있고 좋았지만...
스콧 스미스가 심플플랜을 낸 후 13년 만에 출간한 ‘폐허’.. 심플플랜의 여운이 채 가기도 전에 집은 ‘페허’는 역시 스콧 스미스는.... 죽지 않았어! 독자들의 13년의 기다림을 무한보상으로 돌아왔구나. 역시 그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어. 하는 생각을 하면서 흐뭇하게 책을 덮었다.
당신도 당장 ‘폐허’를 펼쳐라. 그리고 그 공포에 압도당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