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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평점 :
비채의 2010년 첫 소설, 노리즈키 린타로의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노리즈키 린타로의 소설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데 그는 아야쓰지 유키토, 아비코 다케마루와 함께 신본격 1세대라 불리는 작가이다.
사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처음 딱 봤을 때 ‘이 책 왜 이렇게 두꺼워??? 언제 다 읽을 수 있을려나?’ 하면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 두껍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요즈음 동생대신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데 손님이 온지도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었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제목부터 강렬해서 이 책의 표지를 본 여동생이 "언니, 책 제목이 머이래? 무서운걸... 계속 이런 책 보면 머리 이상해진다.“ 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게 할 정도로 충격적인 제목이었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봐도 자극적이며, 왠지 지하철에서 당당하게 읽을 수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제목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충실히 따른다.
추리소설 노리즈키 린타로가 조각가 가와시마 이사쿠의 외동딸인 에치카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와시마 이사쿠는 살아있는 인체의 몸을 석고로 본뜨는 라이프캐스팅 작업을 하는 작가이며 10년 동안의 공백을 깨고 그가 친딸을 모델로 다시 작업에 돌입, 석고상을 만들어낸다.
석고상이 완성된 후 가와시마 이사쿠는 암의 재발로 죽게 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후 석고상의 머리가 잘려 도난당한다.
추리작가이자 탐정인 노리즈키 린타로가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가와시마 이사쿠의 동생인 가와시마 아쓰시의 의뢰를 박아 수사에 돌입한다.
그러는 도중 에치카가 실종되는데....
이 책은 정말 본격미스테리의 진수이다.
명탐정 코난이나 김정일처럼 사소한 단서하나만으로도 문제를 후다닥 풀어버리고, 초인간적인 탐정의 모습을 보인다면 노리즈키 린타로는 다르다.
실수도 하고, 범인을 놓치기도 하고, 단서 하나를 곱씹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적이며 현실적이었다.
마지막에 모든 단서가 한데 모여서 거대한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너무나 훌륭했다.
‘역시 본격 추리소설이라면 이 정도는 되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사건이 시작되고 탐정이 투입되는 것이 아닌 잘린 석고상의 머리에 대한 추리를 하다가 에치카의 사건까지 휘말리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책에 눈을 뗄 수 없이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는 재미도 빼놓을 수가 없다.
사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읽으면서 나 자신이 노리즈키 린타로가 되어 그의 눈을 빌어 나름 상상을 하면서 읽었는데...
사실 결말은 충분히 예상하지는 못했더라고 어느 정도는 들어맞아서 즐거워하면서 책을 읽었다.
진짜 책 곳곳에 복선이 슬며시 숨겨져 있어서 다음에 책을 읽어도 그 단서를 찾으면서 읽다보면 재탕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진짜 반전은 젤 뒤에 있었는데, 모든 사건의 시초는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에 기시 유스케가 하는 노리즈키 린타로와의 인터뷰도 즐겁게 읽었다.
미술 조각사의 역사와 조각에 대한 지식까지 덤으로 알 수 있어서 즐거웠다.

사설이 길었다.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맛을 알고 싶다면 당장 노리즈키 린타로의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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