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타로,라는 이름만도 갖고 싶었던 책.
다니카와 슌타로는 시인이면서 철학적인, 그러니까 생각을 던져 주는 그림책 글을 많이 쓴다.
<이름을 지어 주세요>나 <살아 있다는 건>처럼 서정적인 글을 기대하게 되는 작가인데,
'학교'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슌타로의 눈에는 어떻게 비췄을까,가 너무나 궁금했다.
집에 있으면 하나의 아들이었다가, 학교에 가면 많은 아이들 중 한 명이 된다.
학교에 가면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싫어하는 친구도 있지만,
싫은 친구가 좋아질 때가 있고 싸우고 나서 사이가 좋아지는 친구도 있다.
학교 가기 싫은 날도 있고 학교가 즐거운 날도 있다.
학교와 헤어지면서 우리는 어른이 된다.
약간 내용을 편집해서 이렇게 적었지만,
역시 슌타로의 글은 눈으로 읽을 때보다 소리 내어 읽었을 때 훨씬 좋다.
생각해 보면 사는 게 그렇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고,
오늘은 친구였다 내일은 적이었다, 다른 순간 또 다시 친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안 좋은 상황이 생겼을 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
반대로 좋다고 늘 좋은 건 아니므로 그렇게 들뜨지 않아도 된다.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는 이야기를,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슌타로의 책은,
그냥 읽으면 휙~ 지나가기 쉬운데...
찬찬히 읽으면 그 의미가 더 진하게 오는 것 같다.
그림에도 글에는 나타나지 않는 그림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 아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또 다른 스토리가 보인다.
상어를 좋아하는 주인공 아이는 집에 여러 상어 그림을 붙여 두고 상어티를 입는다.
심하게 다툰 친구의 가방에 달린 상어 인형을 보고 그 친구와 친해진다.
상어로 친구들과 소통하던 그 아이가 졸업할 때에는 상어와 가까이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간다.
글에서도 그림에서도,
어른이 되어 간다는 같은 주제로 이야기 속 이야기처럼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다룬다.
그걸 읽어 내는 재미가 있다.
그림이 세련되거나 요즘 스타일,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따듯하게 느껴진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잘 털어내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와 학교>가 아이들에게 그런 내면의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