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
최성민 지음 / 송송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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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입시 준비로 서울에 올라와 학원 근처에서 자취 중인 스무 살 다예의 음침한 로맨스!

📕사람이 이 방만한 공간에서 혼자 태어나 애초에 아무와도 관계 맺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면 외로움을 모르지 않을까. 222p.

205호에 사는 다예는 204호에 사는 잘 생긴 남자에게 반한다.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혼자 온갖 상상을 하던 다예는 급기야 204호 남자가 내다버린 쓰레기봉지까지 뒤지기 시작한다. 그런 다예지만 204호 남자와 마주쳐도 자연스럽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학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원 원장의 불쾌한 치근거림을 피해 다닐 뿐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다예가 좀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학원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다예는 학원과 좁은 방을 오간다. 계속되는 수근거림과 불편한 말들이 불청객처럼 다예를 찾아온다. 다양한 감정들이 다예를 찾아오는데 다예는 그 감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만 같다. 해소될 수 없는 감정들이 다예의 좁은 방에 계속 해서 쌓인다.

📕다예가 그날의 일을 소상히 떠올린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비밀 서랍에 깊숙이 밀어 넣고 꺼내지 않던 기억. 때문에 다예는 작년 겨울의 자신의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504p.

어떤 시절의 일들은 그렇다. 분명 존재했음에도 꿈만 같다. 현실과 분간이 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꿈과 현실 사이 어디쯤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시절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 같다.

📕자신의 겨울을 이해하게 되는 데는 저마다의 시간이 필요하다. 510p.

강렬하게 다가왔던 204호 남자는 다예에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학원과 좁은 방을 오가며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던 다예처럼 누군가는 또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과거의 자신이, 어제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좁은 방에 웅크리고 앉아 세상을 작은 상자에 넣고 내려보는 그런 시절이 있다. 가끔 그때의 낯선 내가 선명해지곤 한다.

이 음침한 로맨스를 통해 마주한 낯선 감정들로 그 시절의 나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좁은 방에 혼자 웅크리고 있었던 어느 해의 낯선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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