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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 2018년 공쿠르상 수상작
니콜라 마티외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평점 :
이건 쇠락해가는 도시에서 부모의 불화와 굶지 않을 정도의 가난을 갖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내애의 15살에서 21살, 그 몇년에 대한 얘기야. 우리는 각자에게 사정이 있다는 걸 알아. 그의 엄마 아빠에게도, 이모와 사촌들에게도, 짝사랑의 대상인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편하게 살아온 여자애애게도, 이민자인 하신과 그의 아버지에게도. 그래서 책이 이렇게 두꺼운거야. 모두의 변명을 해주느라고.
청소년기라면 단연 성에 대한 호기심과 짝사랑,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소망, 치기 어린 실수들 그런 것들로 대표되는 것 아닌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당연히 알 수 없는 거지만, 한번만 발을 내딛어 모르는 곳에서 헤매 보고 나면 다른 길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지. 난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다만 ‘나때는 말이야‘ 하면서 비교할 수 없을 뿐, 한 사람의 일생에서 경험은 단지 어떤 사건의 기억이 아니라 그 이후의 그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기도 하잖아.
근데 여기는 90년대의 에일랑주라는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철강 산업으로 한 세기를 버티고 이제는 버려진 용광로를 지나 직업을 찾으러 가야 하거나 낡은 술집에서 맥주를 들이키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는 곳이야. 난 이 소설이 한여름, 아마도 7월이 배경일텐데도 사진을 찍어본다면 누런 빛을 띄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황사가 낀 날처럼. 그런데 이제보니 그건 녹의 색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당연히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는 꿈을 꾸지. 결과만 말하자면? 부유한 집 애들은 도시로, 대학으로 떠나고, 그렇지 않은 집의 애들은 남아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런 것따위는 꿈꾸지 않던 때와 하나 변한 것 없는 호수에서 해지는 모습이나 보는 거지.
마리화나를 빨건,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나건, 누구와 잤건, 심지어 권총을 손에 들어봤다해도 이년쯤 지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