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495
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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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수두룩한 ‘내’가 있어서 어느 것이 자신인지 계속 찾아다녔다. 어제 Agnotology를 만든 로버트 프록터가 나오는 팟캐스트를 들었다. (매우 흥미로운 분과였다. 내 예상과 다르게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현성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신발을 많이 신어봐야 된다고 했다. 몸 안을 들여다 봐도, 문을 열고 나가봐도 계속 계속 자신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신을 신고 있는 것일까. (그의 발은 돼지보다 두개나 적은데!)
세상은 언제나 짝을 지어 찾아 왔다. 그래서 슬프기만 한 슬픔은 없고 고통스럽기만 한 고통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일까, 인간은. 그런데도 슬픔이나 고통이라는 단어 밖에 만들어내지 못해서 시인은 시를 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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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위트가 있어서 좋다. 나는 피식 웃게 만드는 문장들을 제일 좋아한다. (그 다음으로는 아리는 문장들이 좋다.) 하지만 시인의 위트는 부러 치는 농담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말하는데에 있다. 삶의 표면 아래에는 가득찬 모순이 시인에게는 너무 잘 보이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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