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모른 채로 사랑한다는 것 - 내가 하는 사랑이 정말 사랑일까, 물음 던진 적이 있었던가.
정상윤 지음 / 달꽃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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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방대하고 무한한 이 질문에 대하여 사람들은 저마다 경험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연인과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반려동식물과의 사랑, 좋아하는 일에 대한 사랑 등등. 사랑이 수많은 것들을 포용하듯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이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과거의 철학자부터 현재의 나에게까지 전달된 이 질문은 아마 평생을 경험하고 고민하면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려운 문제지만 인간이라면 갈망하는, 해답을 찾고 싶어하는 문제다. 저자에게 사랑은 특별했다. 어떨 때는 목적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커다란 행복을 주다가도 끝 없는 절망 속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었다. 그러던 중, 남들처럼 평범하게 산다고 생각했던 날들 속에서 발병한 공황장애는 그의 일상을 무너뜨린다. 그 절망 속에서도 저자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솔직하게 평가하자면, 책의 초반부에는 저자가 느꼈던 허망함과 인생의 번아웃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서 흥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책에서까지 공황장애 증상을 읽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동생의 말이 떠올랐다. 타인이 쓴 고통의 기록을 읽는 것이 힘들었다. 또한 저자가 철학을 공부했던 탓인지 문장이 어려운 편이었고, 뚜렷한 답이 없는 문제에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여실없이 보여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중반부부터는 말하고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백하게 드러났고, 저자 스스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가는 것에서 묘한 희망을 느끼며 빠져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과 닮아 있다. 평범하게 인생의 큰 굴곡 없는 삶을 산다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저자는, 그런 자신에게 들이닥친 공황장애를 이해할 수 없다. 반면 그 일을 계기로 삶을 새롭게 바라본다. 저자에게 '사랑'이란 존재가 그러하듯, 공황장애 또한 그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모두가 평범한 듯 하지만 각자의 세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나아가기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사랑을 고민하는 저자는 스스로를 찌질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솔직함을 깨닫는 순간 이 책이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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