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트랜스휴머니즘
엘로이즈 쇼슈아 지음, 이명은 옮김 / 그림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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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을 떠올리면 단연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있다. 바로 배우 이병헌씨가 비리를 고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의수를 돌려 빼는 장면이다. 이병헌씨는 극중에서 손목을 잘려 의수를 사용하는 역할로 나온다. 그가 옥상에서 한쪽 손으로 라면과 소주를 먹는 장면도 매우 인상 깊었다. 워낙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여서 그런지 그의 '한 손 없는 연기'는 내게 꽤 인상적으로 남았다. 손목 하나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을 잘 연기해서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 주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렇듯 신체의 일부가 없는 등장인물이 나온 영화나 웹툰, 드라마 등을 통해 그들의 삶을 간접경험할 수 있었다. 《트랜스휴머니즘》에서는 어느날 오토바이 사고로 팔을 잃은 주인공이 나온다.


오토바이 사고로 팔을 잃은 주인공이 자신의 팔을 절단하는 경험을 하며 절단술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서서히 팔이 없는 삶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내용을 다룬다. 올컬러의 만화책이라 수월하게 읽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려울 수 있는 의학적 내용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냈다. 이 책이 만화책이여서 느낀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내가 주인공의 심경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 표현된 주인공의 심경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만화속 표정으로 주인공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 내가 책 속의 인물에게 얼마나 대입하느냐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서 어느 날 나도 갑자기 팔이나 다리를 잃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했다. 아주 짧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극복한 주인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절단술은 인간의 신체 일부를 잘라내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팔이나 다리,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 많은 부위를 잘라낼 수 있게 되었다. 의술의 하나인 '절단술'이 크게 발달하게 된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참혹한 전쟁이 있었다. 전쟁으로(특히 세계대전) 많은 젊은이들이 팔이나 다리를 다쳤고 그대로 방치하면 목숨을 잃을 상황에 놓였다. 어쩔 수 없이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게 되면서 발달한 게 절단술이다. 그 전에도 절단술이 존재하긴 했으나 절단술을 행해야 하는 순간이 전쟁에서만큼은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서야 의학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비극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살리는 의학 기술이 전쟁과 함께 성장했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선 문제 발생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따라온 결과이기 때문에 수긍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씁쓸했다. 지금 이 시대는 눈부신 의학 기술이 꽃 피는 시대다. 더 이상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으로 의술이 발달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을 덜기 위해 기술이 발달했으면 하고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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