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이동도서관
오드리 니페네거 글.그림, 권예리 옮김 / 이숲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야 이동도서관은 한 사람이 읽은 모든 책을 보관하는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에는 책뿐 아니라 내가 쓴 일기, 신문 조각, 시리얼 박스의 설명문 같은 것도 보관되어 있다. 한마디로 한 인물이 읽었던 모든 것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읽다가 중간에 멈춘 책이라면, 거기까지만 써있는 책이 보관된다.


읽는다는 행위는 무엇일까? 오래전에 읽기는 소리내어 읽는 것만을 뜻했다고 한다. 특히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시기에는 그렇게 읽어야만 많은 사람이 그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 ‘읽기’는 소리내지 않고 읽는 묵독을 뜻한다. 따라서 읽기는 혼자만 할 수 있는 행위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같이 볼 수 있지만, 읽기는 같이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영화는 모두가 같은 속도로 컨텐츠를 소비하게 되지만 책은 각자의 속도로 읽는다. 그만큼 읽기는 개인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읽었던 모든 것이 보관되는 심야 이동도서관은 매우 매력적이다. 만약, 내가 심야 이동도서관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어릴 때에는 책이 늘어나는 속도가 엄청나서 이동도서관 사서가 책장을 마련하는 데 골치를 겪었을 것이다. 만화책까지 보관된다면, 아마 만화책 서가만 따로 마련해야 했을 것이다. 여러번 읽었을 때 책이 한 권 더 늘어난다면, 만화책은 너무나 많이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알렉산드라는 심야 이동도서관을 처음 만난 이후로 9년이 지나도록 절대 잊지 못했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도서관이 점점 채워지는 것을 생각했다. 다시 만났을 때에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심야 이동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심야 이동도서관에서 일하게 되면, 더 이상 새로운 장서는 구성이 되지 않을 터였다. 딜레마다. 심야 이동도서관은 자기 자신의 일부라고 할만큼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들에게는 도서관이 천국이다. 하지만 그 도서관에 매몰될 경우, 새로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정체되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심야 이동도서관의 사서는 알렉산드라는 사서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알렉산드라는 심야 이동도서관의 사서가 되었다. 어떤 방법으로 사서가 되었는지는, 책을 읽어볼 분들을 위해 적지 않는다. 그러나 심야 이동도서관이라는 매력적인 공간이 눈에 있을 때, 나는 과연 알렉산드라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