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4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황성식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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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입니까?"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닙니다. 과거도 되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마치 과거가 자신의 정원 어느 한구석에 숨어있기라도 한 듯이 성난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모든 걸 예전처럼 되돌려 놓을 겁니다. 이제 두고 보면 알게 될 겁니다."
... 개츠비는 그날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의 얘기를 들으며 그가 데이지를 사랑하면서 갖게 된 그 무엇인가를 되찾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마 지신에 대한 어떤 신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215쪽에서)
 
애틋한 추억으로 남아버린 사랑을 다시 현실로 가져오려는 노력은 너저분한 현실에 직면함을 이 소설은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그야말로 '애틋함'과 그야말로 '너저분함'이 대비되고 뒤섞여 빚어내는 현실은 그야말로 누추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고인이 된 장영희가 매개가 되어 읽은 책입니다. 이 소설의 유명세나 스콧 피츠제럴드의 명성은 익히 접했으나 소설과 저자 둘 다 저에겐 별반 어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읽기를 미루다가 2010년 들어서 하루키와 장영희에게서 독서의 뽐뿌를 받았습니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황성식(옮김), 2001.   * 총 312쪽.
* 이 번역본은 2002년 새로운 판형이 나왔군요. 저는 그 이전 구판으로 읽었습니다.


민음사 번역본을 읽을까 하다가 웹 상에서 접한 번역에 대한 숱한 비판과 비난 덕분에 다른 번역본을 골랐습니다. 예전에 MBC <느낌표!>에서 추천된 번역본이라는 말에 끌려 골랐는데 번역은 발번역까지는 아니어도 그 엇비슷한 번역이었고(ㅠ.ㅠ) 책의 중간중간에 삽입된 수채화풍의 그림들은 왜 넣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다시 한번 읽게 된다면 영문 원저로 읽고 싶습니다. 그 재독엔 또다시 하루키와 장영희에 대한 신뢰가 개입할 겁니다.

 
<< 늘 그렇듯이, 제 소설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

 

▩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 개츠비는 알겠는데, 위대함은 뭐야? ▩


F.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인디북).
무라카미 하루키와 장영희에게서 뽐뿌를 받아 읽게 된 책.
왠지 나는 아직 '위대한'이란 말이 반어적으로 읽힐 뿐.
한번 더 읽으면 '개츠비의 위대함'을 알 수 있을까.
또 읽는다면 그땐 (발번역을 피해) 영문 원저로 읽는 게.

 

1. 이 책은?

이 책에 관한 요약은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따로 적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에 관한 설명과 해설은 인터넷 서점(알라딘)에 괜찮은 것이 있어 그걸 인용합니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1925년 대표작인 < 위대한 개츠비> 를 발표하며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다. T. S. 엘리엇, 거트루드 스타인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과 평론가들로부터 ‘문학적 천재’라고 칭송받았다. 이 소설은 기교 면에서 보더라고 완벽에 가까운 것이었고 주제면에서는 미국생활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돈과 성공'에 대하여 그의 특유한 서정적인 문체로 잘 다루었다. 이것은 헤밍웨이나 포크너의 걸작처럼 미국생활과 미국의 문학적 재능이 잘 나타난 걸작이라 하겠다."
 
  
 
2. 초호화(?) 삶에 대비되는 소박한(?) 소망

그[개츠비]의 소망이 너무나 소박한 것에 나는 감동하고 말았다. 그는 7년이나 기다린 끝에 대저택을 샀고, 그곳으로 모여드는 하루살이들에게 빛을 나누어 주었다. 정작 그 자신은 어느 날 오후 남의 집 정원으로 '초대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면서 말이다. (154쪽에서)


지나간 사랑을 다시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부질없어 보이고 어찌 보면 로맨틱해 보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어필하는 면들 가운데 하나가 이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저는 그게 솔직히 좀 부질없어 보입니다만. ^^; 어쨌든 개츠비의 노력과 성과물(?)에 비해 그의 소망은 지극히 소박합니다, 라고 말할 순 있습니다.
 
 
 
3. 서른살, 누구에게나 넘기 쉽지 않은 고민의 대상

서른살, 그것은 독신인 남자가 알아야 할 일들의 목록이 얇아져 가고, 정열이 든 가방의 부피도 줄어들고, 머리숱도 옅어져 갈 고독한 10년을 예고하는 나이다. (271쪽에서)

 
누구나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고 어느 일년인들 다른 일년에 비해 덜 중요한 일년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서른살의 무게만큼 무겁게 다가오는 나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시인이 쓴 시 제목처럼 그것이 '끝난 잔치'가 되었든,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는 기점이 되었든, 서른은 누구에게나 고민의 대상입니다. 그런 생각을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으면서 했습니다. 이 책에는 누구나가 고민할 이런 삶의 보편적인 주제들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목소리로 읽게 되는 말들입니다.
 
 
 
4. 느끼기 힘든 시차
 
개츠비 소유의 모터보트 두 척은 꽁무니에 수상 스키를 단 채 물살을 가르며 ... (78쪽)

... 타임스 광장의 지하철에서 투신자살한 헨리 L. 팔메토가 찾아왔다. (122쪽)

고가도로 사이를 달리는 자동차들 위로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132쪽)

 
이 소설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은 1920년대 미국입니다. 그 당시의 세태와 사회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풍속 소설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묘사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편입니다. 그 와중에 저는, 1920년대 미국과 2010년대 한국의 시차를 보려고 했습니다. 결과는 둘 사이에 시차를 느끼기 힘들었다, 는 쪽입니다. 예컨대 위에 인용한 문장들에서 "수상 스키" "지하철" "고가도로"는 2010년대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도 봅니다. 시차를 느끼기 힘든 소설은 쉽게 읽힐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공감을 불러 일으킬 대상을 소재로 동원하되 시간이 지나도 시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묘사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죠.
 
 
 
5. 서정적인 묘사들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고, 나뭇가지의 새순들이 고속으로 촬영한 영화에서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싱싱한 잎으로 자라는 것을 보면서 인생은 여름과 함께 다시 시작된다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품어 왔던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13쪽)

평소 그녀의 전화 목소리는 마치 골프장의 녹색 잔디가 그녀가 휘두른 클럽에 잘려 사무실 창문까지 날아온 듯 상쾌함과 푸르름에 넘쳐 있었다. (307쪽)

 
제 개인적으로, 뛰어난 서정적인 묘사에 끌리는 편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묘사가 나오면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읽기를 반복합니다. 읽으면 머리 속에 풍경화가 그려지는 그런 묘사를 좋아합니다. 어쩌면 (개발이 미덕으로 숭배되는) 현실에서 접하기 어려운 풍경들이라 제가 더 반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소설에서 다른 매력을 찾기 어렵다면 이같은 서정성 넘치는 풍경 묘사를 만나는 것도 큰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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