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청목 스테디북스 15
심훈 지음 / 청목(청목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4학년 때인가. '엄마도 그때 읽었던 책이란다. 재미있게 읽으렴' 이라는 어머니의 쪽지와 함께 받았던 책.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몇 페이지 읽다가 덮고, 또 그러기를 수 차례 반복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을 다잡고 꽤나 두꺼운 「상록수」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경중 하나인 '남장 대장경'의 내용이다. 영신과 동혁은 정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꿋꿋하게 가는 사람이었다. 나의 꿈은 의사이다. 그리고 의사도 어떻게 보면 교사인 셈이다. 의술로 몸의 병뿐만 아니라 관심과 사랑으로 마음의 병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참 힘든 직업이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일도 더 힘들어 질 것이다. 그리고 삶의 굴곡도 더 심해질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채영신이라는, 박동혁이라는 사람을 알아가면서 그 사람에게 배울 점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들을 위해서 나의 이익이나, 나의 편안함보다는 내가 희생되더라도 학생들 모두의 이익이라면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교사의 자세라면, 나보다 환자들을 우선 걱정하는 물질에 휘둘리는 의사가 아닌, 권위적인 의사가 아닌 환자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의사가 참된 의사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영신은 그랬다. 일제의 탄압이 영신의 모든 것들을 억누르는 그런 현실이었지만 영신은 그런 것에 무릎을 꿇지 않고 꿋꿋하게 학생들을 교육하는데 힘썼다.

나는 지금도 실로 걱정된다. 지금 나는 이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막상 내가 의사가 되어 환자들 앞에 섰을 때 과연 영신이처럼 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그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말로 할 수 있을까? 힘들고, 어려운, 힘없는 환자들 편에 서서 그들을 보호해주는 참된 의사가 되어야 할텐데……. 그래서 어깨가 무겁다. 나에게 그런 꿈이 있고, 이루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의지가 부족하다. 막상 실천하려면 너무나도 두렵다. 다시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각오를 새롭게 하는 수밖에 없다. 영신은 나에게 확실히 가르쳐 주었다.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상록수」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상록수일까 하는 것에 대해서……. '상록수'란 일년 내내. 즉,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푸른 나무란 뜻이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작가는 쓰지 않았지만 동혁이는 영신의 몫까지도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온전히 이루었을 것이다. 참으로 위대하다. 그래서 상록수이다.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고, 또 불변의 것이었기 때문에, 그 정신은 결코 꺼지지 않을, 변하지 않을 상록수였던 것이다. 변하지 않을 늘 푸른 나무, 그것은 바로 동혁이 영신을 향한 마음이고, 그 의지며, 그 실천이리라.

소설 「상록수」는 이렇게 나에게 삶의 길과, 그 방향을 알려준 좋은 책이었다.

오단비 역시 박동혁 같은, 채영신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내 머리로, 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이지만은 나는 이 자리를 빌어 박동혁과 채영신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들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있고, 또 내가 이렇게 존재할 수 있으니까.

내가 이 사회로 날개를 달고 나가는 날까지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단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서, 단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기 위해서,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상록수'. 영원히 변하지 않을 푸르른 점이 되기 위해 노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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