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 혁명 - 호모 헌드레드 게놈 프로젝트
이민섭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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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지원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문득, 어린 시절, 학교에서 과학대사전을 부상으로 받았던 일이 생각났다. 무슨 일로 상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무거운 책을 들고 집까지 4~5리 길을 걸어왔다는 게 잔잔하게 떠오른다.

그때가 국민학교 5학년 무렵이었으니, 꾸준히 과학자의 꿈을 꾸고 열심히 길을 걸었더라면 나 또한 과학자가 되었을까? 아닐 것이다. 좋아하는 성향만으로는 과학자가 되었을 리는 없다. 물론,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다. 그때의 꿈은 꿈일 뿐 지금은 인사관리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어린 시절 꿈에 대한 목마름을 덜어낼 뿐.

그래. 이렇게나마 마음 속에 잘 간직해 온 덕분이랄까? 좋은 출판사 MiD와 연이 닿아 지금까지 꽤 여러 번이나 서평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누군가 출판사가 하는 역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모두가 어린 왕자이던 때의) 작은 꿈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네 마음의 묻어둔 꿈을 꺼내보라고 얘기하는 역할은 아닐는지.

어떤 책은 읽다 보면 출판사의 컬러에 맞는 저자를 물색해 내밀한 대화를 나눈 후 고스란히 책에 담아 두는 것 같다. 저자 또한 자신의 컬러를 잘 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글을 써 내려가겠지.

톨스토이를 보자.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한 줄 문장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을 통해 말하고자 사랑, 우리는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그 마음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가 강북 어디쯤 위치한 방 한 칸에서 내려와 마을을 내려다 보는 모습은 청춘 시절에 그가 겪은 일을 들려줌으로써 나도 겪었을 법한 일들이 그저 그러한 일이 아니었음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해 준다. 이른바, 감정이입이고 내게로의 전환이다.

이 책, <게놈혁명, Homo Hundred Genome Revolution>을 통해서도 비슷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건강한장수에 대한 관심은 말할 필요도 없이 깊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노년층 인구가 두터워짐에 따라 특이한 형태의 인구 모형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내가 직접 겪어야(혹은 견뎌내야) 할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피부로 와 닿는 현실에 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만한 방법은 변변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면 자신의 유전자 지도를 확인할 수 있고 그에 적절한 대응책이 있음을 소개하는 이 책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학부 시절에 아주 작은 벌레(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DNA 지도를 완벽하게 해독해서 대서 특필 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 시대가 흐르고 흘러, 이제는 인체의 DNA를 다 밝혀 냈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비용 100만원으로 자신의 DNA를 알 수 있다고 한다.(그 무렵, 과학을 찬양하는 를 지었더랬다.)

유전체 혁명은 총 네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으며 각 단계를 거쳐 현재는 4단계. 자신의 유전자 지도를 100만원의 비용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대이다.

참고로 1단계는 ~~~ 2단계는 ~~~ 3단계는 ~~ 이며, 4단계가 앞서 말한 자신의 유전자 지도를 100만원의 비용으로 알아볼 수 있는 시대.

이쯤 되어 생각해 보면, 그 단계가 발전함에 따라 영화 <엘리시움>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을 치료하는 일쯤이나, <5원소>에서 총격을 받고 떨어져 나간 팔 한 쪽( DNA)을 가지고 생명체를 새로 만들어내는 일이 요원한 일이 아님을 짐작하겠다.

 

다시 돌아와서, 앞서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 지도를 알게 되면 유전자 변이별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하여 예방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대 질환, 몇 가지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다음 -

 

 

 

No.

질환

DNA 변이

주요 특징

1

폐암

EGRF

KRAS

유전자 변이를타깃으로 하는 표적 항암제 개발

2

폐암

CHRNA

담배 의존도가 심함

3

폐암

CHRNA3

흡엽과 함께 술을 과도하게 마시는 경향이 강함

4

위암

MPO

MTHFR

위암 발병의 위험도와 연관이 큼

5

위암

CDH1

단 한 개라도 선천적 변이가 있으면 남자는 70%, 여자는 56%가 암이 발병한다고 함

6

알츠하이머

APOE-4형 보인자

예방조치)

1.     어려서부터 머리의 충격을 최소화

2.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3.     요가와 명상

4.     45세 이후 정기적인 뇌 PET 영상 스캔 등

7

파킨슨병

CYP2D6

어떤 특정 농약에 노출된 사람은 파킨슨의 위험도가 최대 8배까지 증가

8

뇌혈관 질환

APOE-4

뇌졸중의 위험성을 가장 증가시킴

9

ADHD

BAIAP2

최근, 성인 ADHD에 연관성이 있음이 밝혀짐

영화 마이너리포트가 생각났다.

10

녹내장

CDKN2B-AS1

TMCO1

두 유전자의 리스크를 합쳤을 때

20%의 사람이 낮은 위험도를, 75%가 평균 위험도를 5% 높은 위험도를 발현하게 됨

 그 외 다수의 질환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건강한 100세 프로젝트가 전혀 불가능한 부분이 아니며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최근,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유산균 제품도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만, 죽음이 도래할 날을 미리 알게 되는 것이 좋은 거냐, 나쁜 거냐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면 그게 그리 썩 좋은 일만은 아닌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 완벽한 솔루션이 없는 상태로 자신의 DNA 지도를 판독할 경우, 이를 테면, ‘당신의 유전자는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군요! 금연을 하시고 운동을 열심히 하세요! 정도의 솔루션만을 지닌 채로 유전자 지도를 알게 되는 사실이 과연 좋을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덧붙여 수많은 유전자 정보에 대해서 가설을 세우고 그걸 확인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될 경험적 문제들에 대해 여러모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생명공학자가 철저히 자신이 알고 있는 객관화된 과... 사실에 근거해서책을 저술했으며 그러한 사실이 책의 논지를 잘 보여준다고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훑어 보는데 발견한 이 면().

 

나는 왜 이 면()을 처음부터 볼 수 없었던 걸까?

표지에서 던져 주는 외형적 물음에만 정직했나 보다.

변명 같지만 이런 경우, 행간의 의미를 감추어 두는 작가보다 더 곤란하다(내가 어찌 그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책을 살폈다.

그렇다. 이 책은 과학자의 책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사랑을 담은 책이며,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책이다.

비추어보건대, 이 책은 우리(책을 읽는 나와 당신)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건강하기를 힘주어 말하는 마음으로 썼음에 틀림없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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