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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아니스트에게 보내는 편지
장 파시나 지음, 황혜전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사실 난 아마추어 수준도 안 된다. 정통적으로 어디서 사사받은 적도 없고, 동네에서 배운 실력으로 아직도 골방에서 신나게 피아노를 때리고 있다. 실력은 좀 그렇지만 피아노 서적은 그래도 조금 보는 편이다. 이번에 읽은 이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보내느 편지는 정말 쇼크 그 자체였다.
대학 때 읽은 음악교육이란 책이 강한 영감을 주었다면, 이 책은 그 방향을 일러주는 것이다. 피아노 칠 때 생각하지 않던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덕분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좌절하곤 했다. 도대체 아는 것이 없어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걱정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덕분에 143쪽이라는 분량은 어느 책보다도 두껍게 느껴졌다.
책의 저자 장 파시나는 정말 훌륭한 교수다. 학생에 대한 판단력은 허준이 말하는 心醫의 경지에 올라와 있고, 그에 대한 대처도 자못 감탄스럽다. 학생이 가진 잠재능력을 120퍼센트 끌어올리면서 그들의 개성을 살리는 거의 피아니스트 양성의 천재다.
동구권에서 정통 쇼팽과 리스트 계보에 의해 사사받아서 그런 능력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끝없이 의문하고 자구하는 노력이 그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별거아닌 스타카토, 레가토, 쉼표, 음의 길이와 같은 기초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컨트롤을 익혀 야구로 치면 130km 정도지만 완벽한 제구력을 구사하는 투수에 비견될 수 있는 피아니스트를 양성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고 악보를 봤다. 머리로는 수많은 생각이 오가지만, 일단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면 이미 장 파시나 교수님이 알려준 것을 반 이상 잊어버린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계속 되는한 하나씩 실천해 보고 싶은 것- 바로 이 책에 다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