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예술적 형상 클래식그림씨리즈 2
에른스트 헤켈 지음, 엄양선 옮김, 이정모 해설 / 그림씨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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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씨 출판사에서 출간한 <자연의 예술적 형상>은 클래식그림씨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독일의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에른스트 헤켈이 그린 해양 미생물 그림을 아돌프 길치가 제작한 석판화와 합쳐 최종 완성된 석판화가 실린 책이다.
에른스트 헤켈은 해양 무척추동물을 자세하게 비교하고 연구하여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는 생물 발생 법칙을 제창하여 생태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명명하고 대중화시킨 학자이다.
책의 표지에서 보여주듯 자연 생명체의 아름다운 형상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자연의 신비로움과 오묘함, 그 이상의 미적 감각을 깨우는 듯하다.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본 헤켈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궁금해졌다.

 

 

헤켈은 1859년부터 1887년까지 지중해 여행을 하면서 150여 종의 방산충을 비롯한 1000여 종을 새로 발견하여 명명했다고 한다. 20대에서 50대까지를 생물학자로서의 과업을 다 한듯하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1899년부터 5년 동안 이 책을 출간했다 하니 당시 얼마나 큰 이슈이며 생물학 뿐만 아니라 예술 학계에도 어떤 영향력을 끼쳤을지 가히 상상이 간다.
헤켈의 스케치 노트를 보면 다양한 해양생물을 그만의 매력적인 필체로 그리고 설명을 덧붙였다 하니 그가 얼마나 이 작업에 공을 들였는지 알 것 같다. 

 

헤켈이 궁금해져 인터넷을 서치하여 찾아보았다. 내가 작가의 얼굴까지 찾아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가 상당히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45년에 걸쳐 수많은 여행을 통해 모든 유럽의 나라와 해안을 알게 되었고 오랜 작업을 통해 생물의 형상화와 발달 법칙을 인식하고, 스케치하여 그림으로 그리면서 그 아름다움의 비밀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자연의 예술적 형상>에 실려 있는 그림들은 방산충, 해파리, 달팽이, 조개, 규조류, 식물의 씨앗에서 자연의 시각적 질서를 보여주는데, 헤켈은 본 자연 질서의 본질은 바로 대칭성이라고 봤다. 모든 형태의 자연은 성스럽다고 봤으며, 생명이 깃들어 있든 깃들어있지 않든 모든 것에는 영이 스며들어 있다고 보았다. 자연은 자신의 품 안에서 놀랄 정도로 멋진 형상들을 만들어 내며, 그 아름다움과 다양성은 인간의 모든 예술 형태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고등 동식물군에 속하는 자연의 산물들이 아닌 원생생물, 단세포 생물과 같은 하등생물들의 여러 기관을 확대하여 그림으로 형상화했으며, <자연의 예술적 형상>을 통해 근대 조형예술과 예술산업에 새롭고 아름다운 모티브를 제공하고픈 바램이 있었고, 자신은 실제 존재하는 자연의 산물들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집중했으니 양식의 변형과 장식적 평가는 예술가들에게 맡긴다 하였다.

그림씨의 <자연의 예술적 형상>에는 흑공낭충류를 시작으로 영양이과까지 총 100장의 작품이 실려있다. 헤켈은 1899년부터 1904년까지 6년 동안 동명의 책 10권을 출간했으며, 10권마다 아돌프 길치가 석판화로 인쇄한 도판이 실렸다. 그림씨 출판사의 이번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해파리, 달팽이, 조개, 식물의 씨앗 등 도판 100장을 모두 수록했다 하니 가슴이 뛰지 않을 수가 없다. 헤켈이 1919년에 세상을 떴으니 세상을 뜬 지 채 백 년이 지나지 않은 그의 작품을 만나는 영광을 선물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흑공낭충류

육방산호류

관해파리류

방산충

해초류

작품 한 장 한 장마다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도판 100점의 작품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아마도 자연이 주는 오묘함과 신비로움이 나를 겸손하게 하고 위축되게 한 듯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헤켈과 길치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했다. 자연이 주는 산물을 세심히 바라봤을 그들의 눈길마저 작품에 담겨있는 듯 나 또한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 대칭 모양의 미적 표현은 인간의 잠재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했고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위대함에 고개를 숙이게 한다. 만다라의 그림과도 오버랩이 초자연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의 예술적 형상>은 미술의 예술적 세계에 큰 획을 긋고, 예술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측면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하니 헤켈의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는 시각에 존경을 표한다. 건축에서도 만날 수 있는 헤켈의 형태는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생활 곳곳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겠다. 헤켈은 현존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 존귀함, 아름다움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컬러 그림과 흑백 그림이 다양하게 실려 있어 헤켈과 길치의 미적 감각에 존경을 표하게 되고, 그림 하나하나에 영이 실려 있음을 느끼고 세심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헤켈은 특히 자신이 정통했던 방산충을 비롯해 다양한 해양식물을 환상적인 필체로 그려낸 뛰어난 예술가로 각 그림마다 설명을 붙였다고 한다. 우리와 만나게 된 그림씨의 <자연의 예술적 형상>은 그 설명까지는 만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실제 사진과 그림을 대조 비교해 보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독특하고 신기한 형태의 생물들의 진기한 세계로 초대받아 자연과 하나 됨을 느끼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만나게 되는 작품 앞에 작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 치유까지 경험하게 되는 힘을 가진 책, <자연의 예술적 형상>을 만나게 하심에 신께 감사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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