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영웅 나일심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3
이은재 지음, 박재현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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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세 번째 만남, <가짜 영웅 나일심>은 본인에게 처한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망상을 일으켜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일을 사실이라고 믿는 병 '리플리 증후군'을 다룬 책으로 다소 생소하고 무거운 주제의 내용이다.
1인칭 주어 시점, 주인공 나일심은 부유한 가정에서 부족한 것 없이 풍족한 삶을 살아오다가 자수성가한 아빠가 사기를 당해 20년 가까이 일궈 온 모든 것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왕자님처럼 부유하고 만족스러운 삶에서 갑자기 최악의 상황으로 바뀌어버린 환경 속에서 일심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한참 예민한 시기인 초등학교 육학년 남학생이 겪고, 견뎌내야 하는 모든 상황들을 감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당장에 일심은 꽁지 빠진 새가 되어 냄새나는 새장에 갇혀 버린 느낌으로 당장 철장 밖으로 도망치고 싶지만 날아오를 힘도, 날아갈 곳도 없는 처지이다.

새로운 학교생활에서도 일심은 많은 갈등과 생각으로 교우들과의 관계 또한 힘들게 꼬이지만, 한가득이라는 친구는 일심에게 중요한 영향력을 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가득이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저지능아로 일심을 너무 좋아하고 따르는 친구이다. 일심은 가득이를 보며 어느 순간부터 가득이와 뒤바뀌는 상상을 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간다. 일심이 공격적이고 자존심을 내세우며 날이 서 있는 모습은 어쩌면 일심이 처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예민한 시기에 지지체계가 무너지고 사라진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이런 일심에게 '어린이 보안관'이라는 명패가 주어지게 되고, 이 명패는 앞으로의 일심이 어떻게 변하는지 중요한 마법 같은 존재가 된다.

처음에는 보안관 명패가 달갑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마법의 날개옷을 입은 '어린이 보안관' 명패는 일심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주는 존재가 된다. 일심이 주머니 속에 있는 명패를 만지고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로 인해 일심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일을 그대로 믿고 말하는 망상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명패를 가지고 있을 때만큼은 거짓말에도 죄책감이 없다. 어쩌면 지어낸 말이 아닌 실제로 그렇다고 믿어버리는 일심만의 세상 속에서 일심은 적어도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사람이 되어있는 것 같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공상을 넘어선 망상의 세계에서 일심이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일심은 도깨비감투를 쓰면 모든 일을 다 이뤄내듯이 보안관 명패와 가득이를 통해 이제는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사실로 믿고, 지옥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오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바라고 꿈꾸는 모든 것을 사실로 인정하는 일심의 모습은 무모한 자신감까지 가지게 되고,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친구들과 선생님에 대한 모함과 거짓으로 그들을 난처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중간에 누군가 개입되지 않으니 일심의 '리플리 증후군'은 그를 더욱더 불안하게 하고, 집착하게 만든다. 분노까지 표출하게 되는 일심은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 불리며 가짜 영웅으로 전락하게 된다.

현실을 상상으로, 상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혼란을 겪는 일심이 다시 세상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게 하는 데는 일심 스스로의 힘도 필요하지만, 가족과 그를 응원하는 교우들, 선생님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학교의 교훈인 '사랑과 배려'는 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 복선의 느낌이었다.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여전히 그의 곁에는 가득이와 대장님이라 부르는 성빈이가 있고, 반 친구들도 있고, 그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의 선생님도 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누가 뭐래도 너는 나의 진짜 영웅이야.
네가 어떤 처지가 됐든, 어떤 모습이 됐든 그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난 언제나 널 믿으니까."

일심의 아빠가 일심을 안은 채 오래도록 등을 토닥이며 혼잣말처럼 속삭인 말이다. 어린 일심의 눈에 늘 영웅이었던 아빠였지만, 이번에는 일심이 아빠의 영웅이 되어 줄 차례이다. 일심이 전처럼 씩씩하고 어디서나 당당하던 작은 영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은 나 자신 또한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고, 항상 주변을 살펴보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선물해 준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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