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 푸르메그림책 2
김준철 글.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출판 한울림에서 출간한 <꿈틀>은 <병하의 고민>에 이은 푸르메그림책 두 번째 도서입니다.
표지에 나오는 새와 책의 제목 '꿈틀'이 처음에는 매칭이 되지 않아 뭘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꿈틀'의 사전적인 의미를 먼저 찾아보았습니다.
'꿈틀'은 부사로 1. 몸의 한 부분을 구부리거나 비틀며 움직이는 모양, 2.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갑자기 이는 모양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몸이 꿈틀거리든 생각이 꿈틀거리든 movement의 개념이 강한 이 제목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책의 저자인 김준철 작가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누리지 못하는 삶의 입장에선 이 세상은 전혀 다른 의미이며, 축복은 멀리 있지 않고, 숨을 쉴 수 있는 것도,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것도, 허리를 펴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것도 축복이라고 말합니다. <꿈틀>은 가장 약하고, 가장 낮은 곳을 가리키는 성자의 길이 아닐지라도 본능적으로 그렇게밖에 갈 수 없는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고 싶다고 전합니다. 작가 김준철은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세상과 단전된 삶을 살다가 어렸을 때 늘 꿈꾸던 세계였던 그림책을 알게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꿈틀>은 바로 작가의 이야기인 동시에 가장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첫 번째 그림은 물이 없어 아이들이 더러운 웅덩이의 물을 마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 멀리 선 더러운 물이라도 받기 위해 물통을 들고 오는 즐비한 줄이 보입니다. 장소가 모래사막임을 알 수 있듯 물을 마시는 아이의 왼쪽에는 모래바람이 폭풍우처럼 다가오고 있고, 아이는 가지고 온 물통을 뒤로하고 흙탕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곁에 있는 한 마리의 염소는 서 있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앙상한 상태입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먹을 게 없어서 아이들이 굶고 있고, 지진이 나 아이들이 살던 집도 건물도 무너져 버렸고, 전쟁이 일어나서 부모를 잃고 우는 아이들도 이야기해 줍니다. 이런 각각의 이야기들은 슬픔과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내용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마칠 때마다 꿈틀거린다. 전 이제야 알았습니다. '꿈틀'이 내포하고 있는 여러 의미를 말입니다. 저와 아이 입장에서는 공감과 위로,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혼자가 된 아이의 모습을 표현해놓았습니다.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지, 얼마나 힘들지 작가는 걱정하는 듯합니다. 힘듦을 겪어야 하는 대상이 어린아이들이기에 그림만 봐도 너무나 슬픔이 다가옵니다. 그들에게 손 내밀어 주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꿈틀하고 말이에요.

 

 

 

 

이 장면에서 작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랜 투병을 한 작가의 힘든 병상생활을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프리다 칼로의 일생을 그의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처럼 김준철 작가의 <꿈틀>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힘들고 외로운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그는 그저 꿈틀거릴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꿈을 꿉니다.

 

 

 

 

새가 되어 아이들에게 날아가는 꿈을 말입니다. 구름이 되어, 바람이 되어 아이들에게 떠가고 아이들 곁에 머뭅니다. 꿈틀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가 꾸는 꿈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일, 엄마를 꼬옥 안아 주는 일입니다. 더욱더 힘을 내어 열심히 꿈틀 꿈틀 거리는 그의 앞에 환한 빛의 엄마가 들어오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마지막 그림과 글은 메마르고 힘든 아이들의 삶을 함께 힘들어하다가 밝은 빛의 희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작가의 꿈틀거림은 우리들에게 삶의 감사와 축복을 선물하고, 겸손과 낮은 자의 자세를 알게 합니다. 낮은 곳을 겸손하게 바라볼 줄 알고, 반응하는 작가의 삶처럼 우리 자라나는 아이들도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깊은 마음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서평을 마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