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하의 고민 푸르메그림책 1
조은수 글.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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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림스페셜 출판사에서 펴낸 <병하의 고민>은 푸르메그림책 1번으로 조은수 작가님이 글과 그림을 그렸습니다. 저자는 영국에서 그림을 공부한 뒤 어린이책을 쓰고 그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 장애인들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 고민은 푸르메재단의 백경학 이사를 만나면서 장애를 다룬 그림책을 내 보자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었고, 장애인들의 사연을 알라 가고 길거리에서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장애인들의 시위를 보며 결국 비장애인들의 생각 뚜껑이 조금이라도 열리면 좋겠다는 마음을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저는 사회복지학을 2전공으로 공부하며 장애인 복지론이라는 수업을 듣고, 장애인에 대해 한동안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장애인 관련 지식이 너무 부족했고, 관련 전문 지식을 공부하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장애인 복지를 위한, 그들의 삶을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지속되어야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도 알았지요.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저와는 다른 세상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저에게 <병하의 고민>이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병하를 만나러 들어가 봅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저자가 듣거나 책에서 읽은 실화를 바탕으로, 약간의 수정 작업을 거쳐 그림책에 맞게 꾸민 것이라고 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내가 할머니에게 묻습니다.
"할머니, 저 아이는 왜 이 세상에 온 거예요?"
할머니는 나에게  이 아이는 자랄 때 꼭 연한 순 같았고, 꼭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몸을 가누는 것도 조마조마했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봐도 사람들이 예쁘다고 할 만한 데가 없었던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보아도 알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꽁꽁 숨겨진 이야기들을 말입니다.

 

 

8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다섯 개의 이야기는 장애인을 교육하고 가르쳤던 선생님들의 편지글이고, 노벨상 수상 작가 펄 벅, 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 두 눈과 귀가 멀었던 헬렌 켈러의 이야기입니다.

 

 

사회 초년생으로 2학년 담임을 맡게 된 선생님은 준구를 보고 저 아이 때문에 앞으로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준구는 유일하게 움직이지 않고 희미하게 미소만 지으며, 선생님의 눈을 보며 선생님의 말에 귀 기울이는 아이였고, 다른 아이들로 힘들고 종종 사나워진 선생님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존재였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었고, 준구 덕분에 그해를 무사히 버텼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종종 사회적 편견, 약자에 대한 선입견, 고정관념들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요. 저 또한 환자를 간호하는 직업으로 늘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노력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은 상대방의 행동과 말, 모습을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 일수 있어요.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딸아이가 말합니다. 반 친구 00은 마음이 아픈 친구라고 말이에요. 아픈 마음을 가진 친구를 다른 친구들이 놀리면 속이 상한지 저에게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자신과 짝꿍이 되어서 많이 도와줬다고도 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정보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을 통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아이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해요.

 

 

노벨상 수상 작가 펄 벅은 아픈 자식을 통해 세상의 달랠 수 없는 슬픔임을 알게 되고, 겸손함을 배우게 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알게 됩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말과 시선에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합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 곁에는 그를 지켜보고 돌보는 보호자가 있지요. 어렸을 적부터 장애를 가진 경우라면 부모가 보호자 일 텐데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슬픔은 동정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나누고 그들을 지지해주고,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나만의 편견의 눈을 감고, 우리와 많은 걸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편견의 벽을 허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힘든 일도 아닌 것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해요.

 

 

강아지똥 작가로 알고 있는 권정생님의 친구가 쓴 글이에요. 그토록 아름다운 동화 뒤에 권정생 작가님의 아픔과 가난이 있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어요. 보잘것없고, 버려지고, 무시당하는 동물과 불쌍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많이 남긴 작가님이기에 많이 기억에 남는데요, 우리에게 선사한 주옥같은 동화들은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아픔이 있었기에 그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지 않았을까요. 슬픔과 아픔을 견뎌냈을 권정생 작가님을 생각하니, 그의 작품들이 더욱더 읽고 싶어집니다. 권정생 작가의 친구가 곁에서 그의 삶을 지켜보며 이렇게 우리에게 정보를 주시니 그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헬렌켈러는 생후 19개월에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두 눈과 귀가 멀게 되었고, 일곱 살 때 가정교사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게 되지요. 헬렌켈러의 이야기는 아주 유명해서 어렸을 적부터 존경하는 위인입니다. 그녀를 변화 시킨 사람은 바로 설리번 선생님이었는데요. 선생님도 시각장애인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자신도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더한 장애를 가진 헬렌켈러를 어둠과 적막 속에서 구출하고, 변화시킨 그녀는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장애의 깊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느냐가 중요하 듯 설리번 선생님의 노력과 희생은 헬렌켈러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지요.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곁에서 도와주는 지지체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여덟 가지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내려놓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도록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할머니는 병하에게 질문에 대한 답을 줍니다. 저 아이는 너와 함께 살기 위해 온 거라고, 이 땅에서 너와 함게 살기 위해 온 거라고 말입니다. 병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 이해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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