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 가는 길 그린이네 그림책장
권희주 지음 / 그린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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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그린북에서 출간한 [자유로 가는 길]은 권희주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책의 목차는 없으며, 페이지도 없다. 짧은 글과 함께 이어지는 그림으로 구성된다.

성인을 위한 그림책이랄까 몇 번이고 그림을 들여다보게 된다. 저자가 이 그림책을 집필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지은이의 말'을 빌자면 두 아이를 키우며 파주에서 15년 동안 산 저자는 서울에 작업실을 마련해 3년 동안 매일 서울과 파주를 오가며 그녀의 꿈도 자유로의 시간과 함께 성장했다고 한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작업해야 했기에 집으로 가는 길이 목마름이 가득했던 그녀가 지나온 자유로의 모습을 다양한 색채의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녀와 함께 하는 여행 속으로 들어가 본다.

그런 날이 있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날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은 날



그녀의 퇴근길을 짐작하게 하는 그림들과 글은 간결하면서도 애잔함이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꿈을 찾아 달리고 있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어 책을 덮은 후에도 며칠 동안 그림의 잔상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나의 출, 퇴근길을 들여다보게 된다. 22년 차 간호사로서 지금은 교대 근무가 아니지만, 결혼 전부터 하루도 늦지 않고 출근하고 근무 마치면 따뜻한 집이 곧 천국이자 힐링 장소인 나에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떠했고, 지금은 어떠한지 말이다.

열매를 맺으려면 시간이 필요해

빨리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잠시 멈춰 있어도 괜찮아

그림은 차창 밖 풍경이다. 퇴근하면서 자동차 운전석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각각의 장면들은 그날 그날 저자가 느낀 감정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날마다 꿈을 찾아 달리는 그녀, 어느 날은 얽혀있는 전선줄처럼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 안개가 자욱한 길을 만나기도 한다. 도로 위에 '위험', '사고 잦은 곳'이라는 표지판이 그녀를 기다리기도 하고, 파주출판도시와 임진각도 등장한다. 달리는 차창 밖 풍경들은 오랜 시간 그녀가 느껴왔던 그날 그날의 잔상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끝없이 펼쳐 있는 자유로를 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싶다.




이제 나로 돌아와 생각해 본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로, 딸로, 며느리로..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하루하루의 삶은 정말 소중하며 애틋하다.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들을 돌보며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순간순간 깨닫고 느끼며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고되고 지친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아 번아웃 신드롬도 겪고, 불시에 찾아오는 불안한 감정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조금씩 회복하며 컨디션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에게 평안함을 주는 가족을 만나는 퇴근길이 있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아름답고도 빛나는 가족을 만나는 그 시간들,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기에 퇴근길이 고되고 힘들었지만 참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하다.

"나의 자유로는 자유다!"

가족들이 각자의 하루를 시작하면 자유로를 달려 작업실로 가는 그녀를 응원한다.

아내도 엄마도 아닌 나로 존재하는 '자유'로 가는 길은 그녀가 하루도 빠짐없이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꿈을 찾아 달렸던 한 시절의 기록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나의 기록 또한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 책으로, 남녀노소 함께 볼 수 있는 힐링 그림책으로 추천한다. 나에게도 그녀가 달렸던 자유로의 존재를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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