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세계 작가 그림책 22
모옌 지음, 리이팅 그림, 류희정 옮김 / 다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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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다림에서 출간한 [돌풍]은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맛보는 인생 첫 거장의 문학,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글은 모옌 작가가 집필했고, 그림은 리이팅 작가가 그렸다.

서로를 아끼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다정한 모습,

대초원의 광활한 풍경,

돌풍이 몰아닥쳐 놀라고 위험한 순간을

따뜻한 감성으로 묘사하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

그리고 할아버지와 손자 간의

말이 필요 없는 깊은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돌풍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자신과 어머니를 보살펴 주신 할아버지와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할아버지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마을에서 알아주는 농사꾼, 할아버지의 솜씨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할아버지가 밀을 베어 내고 남은 그루터기는 늘 짧고 깔끔했고, 동네 아주머니들은 할아버지의 손길이 닿은 밀을 금방 알아보았다. 힘도, 솜씨도 좋은 할아버지를 펄펄 영감님이라고 부르며 칭찬한다.

할아버지는 싱얼에게 자주 말씀하신다.

'무슨 일이든 정신을 차려서 제대로 해야 한다.'

부지런한 할아버지의 농기구는 광이 났고 녹슨 자국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을에서 가장 쓰기 좋았다.

싱얼은 눈시울을 붉히며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린 오래전 그날을 떠올린다.

할아버지는 해마다 여름이면 집 근처의 습지에서 풀을 베어 말려 말들이 먹는 건초를 만들었고, 싱얼은 지금도 건초 더미 위에서 뒹굴던 즐거움을 잊지 못한다. 가을밤에 부드러운 건초 더미에 누워 검푸른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던 싱얼은 가슴 가득 스며들던 마른풀 내음의 향기로움을 떠올린다.

일곱 살 생일이 지난 어느 날, 할아버지를 따라 습지에 처음 풀을 베러 간 싱얼은 할아버지가 끌어 주는 수레에 탄 채 주변을 구경하며 그 풍경들을 기억한다. 고요한 들판에서 할아버지가 흥얼거리던 노래, 할아버지의 벗어진 정수리, 작은 빛을 품고 있는 까만 두 눈동자, 낫으로 풀을 베는 할아버지의 모습, 메뚜기를 구워 먹고 난 후 그늘막에 들어가 낮잠을 잔 기억.. 일곱 살 아이의 눈에 비치고 기억된 이 모든 것들이 새롭고 즐거웠을 것이다.


돌아가시기 전날 풀을 한 포기 꺾어 오신 할아버지에게 어린 싱얼과의 추억들이 얼마나 가슴 깊이 새겨져 있었을까 싶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영원히 잊지 못할 할아버지와 손자 간의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소중한 풀 한 포기를 자신의 앨범에 보관하는 싱얼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있을까 싶다. 누군가와의 이별, 특히 가족과의 이별은 그 사람과의 많은 추억들이 서린 시간을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것 같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싱얼이 할아버지와의 아련한 옛 추억을 회상하는 이야기로 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더욱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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