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독깨비 (책콩 어린이) 67
이혜령 지음, 이영환 그림 / 책과콩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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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책과콩나무에서 출간한

<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는

책과콩나무의 어린이문학 시리즈인

독깨비 67번째 도서이다.

본 도서는 작가 이혜령의 단편집으로

총 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분량이 길지 않고

내용도 비교적 어렵지 않아 초등학생 3학년 이상이면

충분히 읽어내려 갈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이영환 작가가 그렸다.

5,6학년 국어에 교과연계되는 작품이어서

학업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서정적이고 은은한 배경의 그림 또한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좋은 역할을 한다.

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내 이름은 환타

거짓말

일요일 오후 5시 그림자가

타이밍

이혜령 단편집


한 작가가 다양한 주제로 써 내려간 다섯 가지 이야기는

각각 다른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책의 마지막 장, 지은이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을 위로하던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다섯 편의 단편 동화는 작가가 처음 품었던 이야기들로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면서 작가 자신의 마음을 보듬고

자신을 위로하던 글들이, 읽는 우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접했던 기사, 떠올린 어린 시절의 한 장면,

어린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의 글 등에서

동화의 기본 소재를 얻었다고 한다.

한 작품이라도 독자의 마음을 두드리고자 하는

작가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진다.

그중에서도 애틋하게 나의 마음을 울린

두 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유난히 키가 작아서 마음의 부침을 겪던 아들을 보면서

쓰게 됐다는 <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는

표지의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립 구도의 두 친구를 만날 수 있다.

1인칭 주어 시점으로 주인공 재현이와

그를 괴롭히는 친구 기태의 이야기이다.

기태는 재현이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크다.

하지만 재현이는 기태의 놀림과 괴롭힘에도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기태에 대한 재현이의 반응이 위축되어 보이지 않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기태가 좋지만은 않지만,

기태가 지혁이에게 당하는 모습에서는

기태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공격하려는 지혁이를 막아

서로 싸움을 한 뒤 재현이 곁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기태의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글의 시작 부분에서 우려했던 괴롭힘의 부분은

글의 말미에서는 두 친구의 깊어진 우정을 짐작게 한다.

기태의 우는 모습을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재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기태와 키도 비슷하고 운동도 잘하는 지혁이가

기태를 묵사발 내기를 바랐던 재현이었지만

친구들이 기태의 신발을 꺼내 야구를 하고,

운동장 바닥에 흙먼지를 되짚어 쓴 채

뒹구는 신발 한 짝이 꼭 기태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겁도 없이 지혁이에게 달려드는 모습에서는

기태를 생각하는 재현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작가는 누군가의 고통과 상처에 서로가 좀 더 마음을

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이 이야기는

섬세한 자기표현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등장인물들의 공감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나는 우는 모습을 바라봐 주는 거 말고

달리할 일이 없다.

녀석이 흐느끼면서 뭐라고 말을 한다...

아마도 미안하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미 그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냥 등을 토닥토닥 쳐 줬다.

다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복도에서 그녀석을 만났다/ P.21


거짓말

<거짓말>은 장마철에 이사했던 어린 시절 한 장면을

떠올리며 작가가 처음 쓴 동화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5편의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아련한 글이었다.

빗줄기가 쏟아지는 어느 날

관우의 이삿날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친구들은 미국으로 가는 줄 알지만

사실 아빠와 떨어져 살고 있는 관우는

엄마와 함께 낡고 초라한 한옥집으로 이사를 한다.

5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좋아한 여진이에게

빌린 책 한 권은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될

연결고리가 될 것임을 짐작하게 된다.

현재의 상황을 짐작하게 하는

관우의 심경 표현은 솔직하고 담담하다.

지긋지긋한 장마를 관우가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엄마 맘대로 하는 이사도, 엄마랑 아빠가

헤어지는 것도 관우가 어쩔 수 없다 한다.

당분간 장마는 계속될 것이고,

지겹던 장마도 끝날 날이 올 거라 생각하며

관우는 엄마도 본인도 그때까지 그냥

실컷 흘려보내면 된다 한다.

슬픔과 외로움이 느껴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차분함과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초등학생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은

어른이 공감하기에도 충분하고,

힘듦과 슬픔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당장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의 처지를 풀어내고

글의 말미에는 쏟아지는 빗소리에

지겹던 장마가 그 해 언젠가는 멈추듯이

그 슬픔 또한 멈추리라는 믿음으로

독자 또한 바라게 된다.


빗소리 때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당분간 장마는 계속될 거다.

그리고 지겹던 장마도 끝날 날이 올 거다.

그때까지 그냥 실컷 흘려보내면 된다.

거짓말/P.60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었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단단해진 아이들을 만나며

각각 이 아이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보듬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 주변의 아이들, 모든 아이들의

삶을 응원하는 어른으로서

그 소중한 감정들을 이해하고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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