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의 이별 선물 -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하는 그림책 I LOVE 그림책
수잔 발리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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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의 이별 선물

저자 | 수잔 발리

출판사 | 보물창고

<오소리의 이별 선물>은

영국 출신 작가 수잔 발리가 글과 그림을 그렸다.

<오소리의 이별 선물>은 그녀의 첫 그림책으로

책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가장 돋보이는 신인에게 주는

'마더 구스 상'을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이 서정적이고 색감이 은은하여

보는 이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죽음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한 번은 맞아야 하는

슬프지만 삶에 있어 필수적인 시간이다.

오소리는 나이가 많아 모르는 것이 없어

누구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도움을 주었고,

모두들 그를 믿고 의지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너무 늙어

이제 죽을 때가 가까워졌음을 알고 있다.

나무그루 턱에 앉아 지팡이를 턱에 괴고 있는

두더지의 뒷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오소리의 모습이

너무나 담대하고 편안하게 그려진다.

오소리에게 죽는다는 것은 예전만큼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서

몸을 두고 떠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오소리가 걱정하는 것은 오직 자신이 죽었을 때,

친구들의 마음이 어떨까 하는 것뿐이다.

인생의 연륜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면서도

죽음을 맞이하여 오랜 친구들을 떠나야 하는

오소리의 애잔함이 온전히 느껴진다.

나라면 죽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을까

"긴 터널을 달려가고 있어.

모두들 안녕. 오소리가."

여우가 오소리가 죽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하고,

오소리의 편지를 읽어 주었고,

오소리를 사랑한 친구들은 몹시 슬퍼한다.

그중에서도 두더지가 가장 큰 슬픔과

외로움을 느낀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아픔이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는지..

그 아픔을 고스란히 인정하고

회복이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기에

그 시간을 잘 보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오소리의 오랜 친구들은

그 슬픔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겨울이 시작되고, 추운 겨울 동안

동물들이 아늑하고 따뜻하게 지낼 집들이

금세 눈으로 덮어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였지만,

오소리의 친구들이 느끼는 슬픔까지 덮어주진 못한다.

왜냐하면 오소리는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항상 곁에 있어 주었지만,

친구들은 오소리가 없는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봄이 가까워져, 친구들은 때때로 한데 모여

오소리가 살아 있던 때를 이야기하게 된다.

가위질을 좋아했던 두더지는

오소리가 종이 오리기를

가르쳐 주던 일을 이야기하고,

개구리는 오소리가 얼음 위에서 첫걸음

떼는 것을 도와주던 일을 생각해내고,

여우는 오소리가 가르쳐 주기 전까지

넥타이 매는 법을 몰랐던 것을 기억해내고,

토끼 부인은 오소리가 가르쳐 준 생강빵을 만들고

굽는 시범도 보여 준 일을 기억해낸다.

친구들은 오소리에 대한 각각의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며 그를 떠올리게 되고,

오소리가 친구들에게 주었던 선물은

소중한 보물로 이별 선물이 되었다.

그 선물은 친구들이 다른 이에게 전해질 때마다

더욱 특별해진 것이다.

생과 사의 길에서 맺고 끊음이 아닌

평생 오소리를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 되어

전하고 전해지는 모습에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눈들이 녹듯이,

동물 친구들의 슬픔도 사라지고,

이제는 오소리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누군가 모두를 웃음 짓게 하는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따뜻한 어느 봄날, 오소리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언덕을 걸으며 오소리에게 이별 선물을 주어서

고마운 두더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고맙다고 말한다.

딸아이는 오소리가 하늘나라에 올라가

아름다운 천국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꼭 그래야만 한다고..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죽음을 맞이하는 오소리의 담대한 모습과

긴 터널을 지팡이를 내려놓고 달리는 모습,

죽음의 모습을 꿈으로 그려낸 모습이다.

죽음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친구들의 우정과 맞물려

그 슬픔과 아픔을 승화하는 과정 또한 아름답게 표현됐다.

오소리를 그리워하는 친구들의 마음과

오소리가 생전에 전해준 따뜻한 모습은

어른과 아이 모두 죽음에 대해 공감하고,

회복하는 과정 또한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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