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
니시다 데루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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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글담에서 출간한 <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철부지 남편의 생활 에세이로 니시다 데루오가 글을 썼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암으로 잃은 후 일흔의 나이에 슬픔을 치유할 새도 없이 혼자 살아가게 되었고, 아내가 마지막으로 남긴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1장, 아내를 떠나보내고 혼자가 되었습니다>으로 시작하여 <5장, 노년의 남자가 혼자 살기 위해 알아야 할 일곱 가지 법칙>까지 담아냈습니다.
암으로 떠난 아내... 밀려드는 외로움, 서툰 집안일,
그래도 남자는 굴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애씁니다.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요"라는 아내의 유언을 가슴에 품고 말입니다.

그대 돌아오지도 못할
어느 곳으로
꽃을 보러 갔는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각 장마다 일곱에서 열 가지의 단편 에세이로 구성됩니다. 각 장의 소제목들을 살펴보니 저자가 아내를 떠나보내고 혼자가 되어 느끼고 알게 된 크고 작은 일들을 사건과 경험을 통해 편지체로 솔직하게 담아냈습니다. 저자는 평생을 대학 의학부에서 보낸 안과의이자 안과 연구자입니다. 60대에 아내를 잃는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그가 아내를 떠나보내고 약 3년의 세월이 지난 시점에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 미래를 바라보며 아내와의 추억을 토대로 편안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 한 편, 한 편을 읽어 내려갈 때마다 공감과 위로, 슬픔과 기쁨,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며 제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낍니다.
아내와 함께 생활한 16년 반 동안 그에게 있어 인생의 수확기라고 말하는 저자는 각 장마다 기억에 남는 에세이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1장 / 아내를 떠나보내고 혼자가 되었습니다

1장에서는 '아내가 떠난 후에야 알게 된 것들' 시작으로 하여 '죽을 때는 추억이 담긴 사진 몇 장이면 충분하다'까지 총 열 개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 중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가정의 온기' 소개해봅니다.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가정의 온기

사람만이 줄 수 있는 따스함은
온풍기로는 결코 느낄 수 없습니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 저자가 집에 올 때까지 현관과 마당의 전등은 환하게 켜져 있었고, 집 안은 겨울에는 따뜻했고 여름에는 적당히 시원했고,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지요. 아내가 떠나고 두 번째 겨울을 맞이했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쓸쓸함은 느낍니다. 온도나 습도라는 지표만이 아니라 나의 귀가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따뜻함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걸 새삼 실감하며, 가족이 살고 있는 집, 누군가가 나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는 가정이라는 의미는 꼭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듯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말로 형용할 수없이 마음에 스며드는 듯한 따뜻함은 온풍기로 느낄 수 없으며, 혼자 생활하고 있다는 현실을 마음으로 확실하게 받아들여 이 고통을 스스로 극복하는 것 이외에 외로움을 해소할 방법은 없다는 걸 최근에 느꼈다고 해요. 사람이 주는 따스함은 곁에 있을 때 꼭 알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장 / 남자, 혼자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다

2장에서는 '누구에게나 '당신이 필요해요'라는 사인이 필요하다'를 시작으로 하여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다림질은 어려워'까지 총 열 가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목처럼 혼자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저자의 생활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이 중 ''남자의 혼밥'에 도전하는 그날까지' 를 소개해봅니다.

'남자의 혼밥'에 도전하는 그날까지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기대할 때
요리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직접 일주일에 두세 번 장을 보고, 물가를 비교하고 금액의 무게를 체감하기도 하며 집안일과 가계관리에 훤해진 듯한 기분이 든 저자는 조리라는 행위는 누군가를 머릿속에 그리며 그 사람이 "맛있다"하고 기뻐해 줄 모습을 기대할 때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리해서 바로 테이블에서 혼자 먹는다면 영양의 균형만 생각해두면 뭐든 상관없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이제는 하나하나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볼까, '남자의 혼밥'이라고 자랑할 만한 것을 만들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생활 전선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내며 도전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저자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장 / 살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3장에서는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를 시작으로 하여 '설거지를 바로바로 해야 하는 이유'까지 총 아홉 개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고,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요리의 즐거움'을 만나봤습니다. 아무래도 저자가 남성이다 보니 의식주 중 식 부분에 있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심하게 보듬어 준 아내의 빈자리는 더더욱 컸을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요리의 즐거움

인생에서 의미 없는 일은 없습니다.
나이를 먹고 세상 보는 눈이 변하면
다 내게 필요한 일이었구나 알게 되지요.

비록 일주일에 두세 번이라도 직접 조리해서 식사하다 보니 차츰 요리하는 즐거움이 생겼다는 저자는 이제는 조미료를 넣는 순서, 조리시간, 조리기술 등을 익히며 어느 순간부터는 기준이 없어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버릴 게 하나도 없고, 젊은 시절에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뭘 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도, 나이를 먹고 세상 보는 눈이 변하고 입장이 바뀌면 그게 다 도움이 되는구나 하고 무의식중에 생각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이제 요리의 즐거움을 깨닫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조금씩 레퍼토리를 늘려 하나라도 더 다룰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4장 / 당신에게 늘 자랑스러운 남편이 될게요

4장은 '떠나는 새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를 시작으로 하여 '기쁨과 슬픔이 함께 공존하는 삶'까지 총 여덟 개의 에세이로 구성됩니다. 아내를 떠나보낸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내를 떠나보내지 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진 아내의 모든 것을 그리워하는 남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당신에게 자랑스러운 남편이 될게요'를 만나봤습니다.

당신에게 자랑스러운 남편이 될게요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한 사람만이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마지막 장면에 백작의 대사라고 해요. 아내와의 생활이 풍요로웠던 만큼 아내가 없다는 상실감은 매우 크지만, 이 시련은 결국 저세상에서 재회했을 때 아내에게 칭찬받는 순간의 큰 행복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는 혼자 남을 저자를 걱정하며 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컴퓨터에 남깁니다.
'마지막 나날을 이렇게 마음 통하며 보낸 우리잖아요.
걱정 말아요, 나는 계속 당신 곁에 있을 테니.'
그는 아내가 편지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마음의 큰 버팀목이 되었고, 마음이 무너지려 할 때면 몇 번이고 꺼내어  반복해서 편지를 읽습니다. 그는 아내와 다시 만나면 환한 얼굴로 어떻게 남은 시간을 혼자 잘 보내왔는지 자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그의 생활의 모든 기준이라고 말합니다.

5장 / 노년의 남자가 혼자 살기 위해 알아야 할 일곱 가지 법칙

아내를 먼저 보낸 일흔 넘은 남자가 남겨진 인생을 혼자서 즐겁게 살아가려면 몇 가지 비결과 방법이 필요하며, 몸과 마음 그리고 감정의 균형을 얼마나 잘 잡느냐가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노화를 적으로 돌리지 않고 벗으로 삼아
자신의 인생이 가치 있도록
노력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v 노년의 남자가 혼자 살아가기 위해 기억해야 할 일곱가지 법칙

법칙1 잃어버린 것을 세지 말고 가진 것에 감사하라
법칙2 내가 만난 사람들이 곧 나의 인생임을 기억하라
법칙3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우면서 재미있게 살아라
법칙4 은퇴 후 시작되는 인생의 황금기를 누려라
법칙5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면 설렘을 포기하지 마라
법칙6 언젠가는 닥칠지 모를 긴급 상황에 대비하라
법칙7 남은 인생은 덤이라 여기고 마음껏 즐겨라

저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안타깝게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또 남겨진 자녀들이 어머니가 떠난 이후 혼자 남은 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도하고, 또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야 그 사람의 빈자리를 느끼며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마칩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간호하는 저는 죽음을 앞둔 환자분들이 오히려 더 의연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낍니다. 특히 곁에서 환자분을 돌보는 보호자분들의 심경은 헤아릴 수없이 복잡하고 힘들 텐데도 힘든 내색 없이 정성을 다해 간호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줍니다. 누구나 한 번은 죽음의 문을 향하지만, 언제 어떻게 향하게 될지는 신만이 아시므로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를 늘 인지하고 사랑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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