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아이와 하나이면서 다섯인 이야기
안 에르보 지음, 이정주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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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림어린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나뭇가지 아이와 하나이면서 다섯인 이야기>는 벨기에 작가, 안 에르보가 썼습니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고 눈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이며 시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림책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가벼운 마음으로 열었던 동화책을 여러 번 읽고 다시 봐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여자아이와 호랑이의 대화로 시작됩니다.
"하나이면서 다섯인 이야기가 있어. 마치 손처럼." 아이가 손을 펼치며 말하고, "아마도, 아마도, 뭐든 어떻게 세느냐에 달렸지." 호랑이가 말합니다. 아이의 말처럼 손은 하나이면서 다섯이에요. 이 아이는 '나뭇가지 아이'로 불리며, 이름 첫 글자가 나뭇가지를 닮은 Y이기도 하고, 아이가 숲 가장자리에 살아서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숲 가장자리에 있는 Y자 모양의 나무이고, 나무가 의인화되어 호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나뭇가지 아이가 밤이면 무서워지는 숲에서 지내는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숲속에 살고 있지만 밤마다 바닷물이 숲까지 다녀간다는 걸 나뭇가지 아이 혼자 알고 있어요. 인적이 없는 깊은 숲속의 모습이 나뭇가지 아이에게는 어쩌면 삶의 터전이기도 한 동시에 적응해 나가야 하는 낯선 곳이기도 합니다.
나뭇가지 아이와 호랑이는 서로 의지하며 따뜻한 곳을 찾던 중 숲 한가운데 크고 오래된 집에 다다르게 됩니다. 나무껍질 할머니의 집으로 나무껍질 할머니는 숲의 할머니예요. 나뭇가지 아이는 할머니의 집을 둘러보다가 집에 있는 고양이에게 상처를 입게 되고, 나무껍질 할머니는 검푸른 초록의 깊은 숲을 만든 손길로 아이의 상처 난 손을 치료하고 달랩니다. 이 모든 표현들이 아름답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건 숲속에서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무껍질 할머니는 자신의 집에 방문한 나뭇가지 아이와 호랑이에게 따뜻한 차와 케이크를 대접하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치 손처럼 하나이면서 여럿인 이야기를 말입니다.
서두가 나뭇가지 아이와 호랑이, 나무껍질 할머니의 이야기였다면, 뒷부분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다섯 가지의 이야기로 이루어집니다.
'자라는 이야기', '작은 이야기', '열 손가락 이야기', '조용한 이야기', '손 이야기'로 각 이야기는 꼭 손에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작고 소중한 존재에 대한 메시지를 제공합니다. 나무껍질 할머니 집에 사는 고양이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질문을 하고, 호랑이와 나뭇가지 아이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편안하게 듣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호랑이는 잠이 들고, 나뭇가지 아이는 자신의 비밀을 나무껍질 할머니에게 털어놓습니다. 그 이야기는 밤마다 숲에 밀려오는 바닷물 이야기예요. 할머니는 다른 어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 줄 거라고 생각하는 나뭇가지 아이의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이야기는 서정적이며 포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가득합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숲 속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반복됩니다. 바닷물이 나뭇잎을 살랑살랑 흔들며 나무들 사이로 빠져나갈 거고, 검어진 나무줄기는 가만히 있을 거고, 바람이 다시 불어올 거고, 아침이 밝을 거고, 숲은 새들의 노랫소리로 흔들릴 걸 예상합니다.

인적이 드문 자연의 한 면인 숲속에서 이루어지는 신비로운 일들은 매일매일 일어나는 우리들의 일상과 오버랩 되며 행복한 상상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이야기입니다.
다소 난해하고 어려웠던 이야기였지만, 나무껍질 할머니가 나뭇가지 아이에게 들려주는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나뭇가지 아이를 응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소개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이고 시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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