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있나요? 벌의 세계 알고있나요?
크리스티나 반피 지음, 기울리아 데 아마치스 그림, 김지연 옮김 / 엠베스코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엠베스코 출판사에서 출간한 <알고있나요? 벌의 세계>는 크리스티나 반피가 글을 쓰고, 기울리아 데 아미치스가 일러스트 작업을 했습니다. 두 작가는 이탈리아인이고, 특히 크리스티나 반피는 박물관 교육 협회의 창립 멤버로 박물관과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하였고, 20년 이상 놀이를 통한 과학 연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이에요.

 

대부분 초등학생이라면 자연관찰 책을 통해 각종 곤충과 동. 식물들을 만나봤을 터입니다. 실사진과 생물의 생태계를 낱낱이 살펴보며 정보를 얻었을 테지만, 우리가 만난 <알고있나요? 벌의 세계>는 구성 내용과 일러스트 면에서 독특한 면이 있어 관심과 호감이 컸답니다. 다양한 글씨체, 친구 같은 벌의 그림,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다양한 정보, 특히 초등학생 3학년이 읽기에 심도 있는 내용도 곳곳에서 제공해주어 한 단락 한 단락 넘어가는 일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책의 제목과 그림에서 느껴지는 신비한 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총 63페이지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벌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19가지의 소제목으로 정보를 제공합니다. 목차를 쭉 둘러보고 가장 관심이 가는 제목을 딸아이가 집었는데 저랑 같았어요. '여왕벌의 혼인 비행'이었어요. 벌의 일생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 '위대한 벌 가족'도 눈길이 갔습니다. 사실 벌은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무서운 존재이지요. 벌이 가까이 다가오면 얼음이 되어 꼼짝 못 하게 되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요. 날카로운 침이라도 쏠까 봐 빨리 다른 곳으로 날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작은 곤충은 특별한 세상을 살고 있어요. 그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며 일생을 살아요. 작가는 우리가 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벌집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벌들이 길을 잃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 이 무엇인지 등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하나하나 펼쳐놓은 벌들의 세상 속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세상의 모든 생물들은 진화해요. 벌들은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쳤을까요? 과학자들은 사냥 말벌들이 육식에서 식성을 바꾸어 꽃의 꿀을 먹는 지금의 벌로 진화했다고 해요. 백악기 시대부터 살아왔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고대부터 남극 대륙을 제외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전역에서 벌을 기르기 시작했다고 해요.
지구에는 20,000종이 넘는 벌들이 살고 있고 이 벌들은 크게 네 개의 그룹으로 분류됩니다. 꿀벌, 멜리포니니, 뒤영벌, 단생벌로 멜리포니니는 침 없는 벌이에요. 모든 벌이 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꽃등에처럼 벌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종의 곤충도 있어요. 딸아이에게 벌의 종류를 물어보니 일벌, 여왕벌, 말벌, 수벌이라고 하네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20,000종이 넘는 벌들이 살고 있는 데다가 다양한 분류로 나누어져 있어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여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벌들은 사회성 곤충으로 벌집이라고 부르는 보금자리를 공유하며 함께 살아갑니다. 각자 하는 일이 그룹에 따라 나누어져 있지만, 모두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한다고 해요. 벌들의 사회 구조는 정말 가히 신기할 정도이죠. 우리 인간도 사회 속에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데 목적을 공유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모습은 벌의 세계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요.
벌집 내의 벌들은 크게 여왕벌, 일벌, 수벌로 세 종류로 나뉘어요. 일반적인 특성은 알고 있었지만, 이들의 수명을 읽으니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각자의 임무를 해내는 벌들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다른 곤충들과 마찬가지로 벌도 감각 기관에 의존하여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데, 벌의 감각 기관은 머리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요. 특히 시각 기관은 겹눈을 가지고 있고, 수천 개의 시각 수용기를 가지고 있어 TV 화면처럼 수많은 점들을 모은 이미지를 보는 것과 유사하고, 자외선을 구분할 수 있어요. 서로 다른 색으로 사물을 보는 벌에게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딸아이가 궁금해해요. 겹눈 외에 머리에 홑눈이라고 부르는 세 개의 눈이 더 있는데, 이 눈은 오직 빛과 어두움을 구분한다고 하지만, 방향 감각기관이 되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벌의 감각 기관은 그들의 생존과 아주 중요한 관계가 있기에 너무 신기한 것 같아요.

 

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수분 작용인 것 같아요. 수분 작용은 식물 특히 꽃이 수정되는 현상으로 벌은 달콤한 꽃의 꿀을 찾아 꽃들을 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몸에 묻은 꽃가루는 다른 꽃들에게 옮기게 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벌의 도움을 받고 있어 우리가 먹고 있는 다양한 열매들이 벌의 수분에 의한 것이라고 하니, 먹을 때마다 벌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자고 딸아이에게 이야기해줬어요. 특히 한 마리의 벌이 식량을 구하러 간 한 번의 비행에서 평균 100개의 꽃을 방문해요. 하루에 10번의 비행을 한다는 것은 1000개의 꽃을 방문했다는 뜻이랍니다. 정말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는 벌들의 비행은 자연과 교감을 나누고 서로 도움을 주는 중요한 일이에요.

 

벌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소통을 위해 특별하고 복잡한 체계를 만들어 냈는데, 바로 움직이는 방식이랍니다. 동물학자에게 이 특별한 '벌들의 언어'를 해독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는데, 오스트리아의 자연과학자인 카를 폰 프리슈가 벌을 20년 동안 연구하고 관찰하여 그들의 습성을 파악해 벌의 두 가지 움직임인 원형 춤과 꼬리 춤(8자 춤)을 발견했어요. 원형 춤은 50미터 미만의 거리에 있는 먹이를 가리킬 때 추는 춤이고, 꼬리 춤은 50미터 이상의 거리에 있는 먹이를 가리킬 때 추는 춤이에요. 이 춤들은 먹이를 찾는 비행에서 돌아와 먹이의 위치를 알려주는 춤을 추게 되는데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입니다. 춤의 속도와 배의 진동 횟수는 거리를 나타내는 신호가 되고, 회전의 각도는 태양을 기준으로 방향을 알려줍니다. 벌은 완벽한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소통 능력과 방식을 지닌 특별한 곤충이라고 해요. 사람도 그 춤을 보고 꿀의 출처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인정할만합니다. 어떻게 이런 소통을 할 수 있는지 너무 신기합니다.

 

'여왕벌의 혼인 비행'은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알고 있는 정보로는 수벌이 교미를 마친 후 수명을 다한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여왕벌의 짝짓기는 여왕벌이 속한 벌집 내의 수벌과 이루어지 않아요. 다른 벌집의 수벌과 바깥에서 수정을 한다고 해요.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여왕벌은 혼인 비행을 해야 하고, 단 한 번의 혼인 비행으로 7백만 개에 이르는 정자를 저정낭에 채워두고 일생 동안 계속해서 알을 낳을 수 있게 된다고 해요. 교미를 이룬 수벌은 생식 기관의 치명적인 손상으로 죽음에 이른다고 하니 이 또한 슬픈 일인 것 같아요. 생태계의 세계는 정말 신비롭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합니다. 특히 혼인 비행은 따뜻하고 바람이 없는 날 이루어진다고 하니, 낭만스럽기까지 해요. 수벌이 죽는다는 건 슬프지만 말이죠.

 

벌의 세계 속으로 한참 빠져 있다가 나올 때쯤 '사라지는 벌들'이라는 마무리 이야기가 나옵니다. 최근 몇 년간 유럽의 벌 감소율이 53%에 이르렀다고 해요. 벌의 감소로 농업에 일어나는 피해로 인해 수천 종의 야생 꽃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이런 현상을 '벌집군집붕괴현상(CCD)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벌이 감소하는 이유도 소개되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인 것 같아요. 단순하게 벌이 감소했다에 슬퍼할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랍니다.

 

<알고있나요? 벌의 세계>는 일반적으로 지식 위주의 자연관찰 책이 아닌 벌과 관련한 광범위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우리를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벌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딸과 함께 손을 잡고 벌의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온 저에게 이 책 덕분에 더할 나위 없이 벌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이제 윙~소리를 내며 주변을 맴도는 벌이 무섭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말을 걸어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너희들의 세계로 초대해주겠니?"라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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