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이진송 지음, 윤의진 그림 / 프런티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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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티어 출판사에서 출간한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는
이진송 작가가 집필한 책으로
여성을 위한 문화 콘텐츠 에세이이다.
그녀는 한국의 페미니스트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비연애칼럼리스트이고,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코드 안에서
현실 비판과 분석을 하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라고 한다.
일단 나는 페미니스트 성향은 아니지만,
저자 소개만으로도 이 책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작가의 말대로
'여자니까'로 시작되는
역사적이고 체계적인 무례함에
교양 있게 대응하기 위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나는 1970년대에 태어난 40대 여성이다.
어찌 보면 작가보다 나이가 많은
이성적인 '여성'의 틀에 맞춰 사는
1인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편견들이 있지만,
가장 문제는 그것이 문제인지
모르고 사는 것인데,
문화적, 사회적 환경에 너무나 익숙해져
지금의 변화가 조금은 낯설는지도 모르지만,
나 또한 아들, 딸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내로서, 자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진짜 나부터 바뀌어야 된다는 걸 알기에
'여자'라는 틀에서 분명히 한계를 느끼고,
오랫동안 사회가 결핍과 과잉이라고
불러온 것에 새로운 이름을 붙일 시간으로
작가가 펼쳐 놓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총 스물여섯 편의 에세이가 소개된다.
영화, 소설, 드라마, 웹툰, 예능, 만화 등을
에세이와 함께 접목시켜
'~하지 않아도', ~가 아니어도'의
소 제목으로 작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봤던 드라마, 영화도 있고,
제목만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감이 오는 제목들도 눈에 띈다.
연애하지 않아도, 결혼하지 않아도,
출산하지 않아도,
아이보다 내 삶을 더 중시해도,
자연 미인이 아니어도,
긴 생머리 그녀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이야기임이 틀림없다는 예감이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라
낯선 감도 있지만
나의 이야기, 어머니의 이야기,
딸의 이야기이기에 두렵지만은 않다.

 

영화 <더 랍스터>를 통해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성의 사랑을 요구하는 동시에
멸시해왔는지 이야기한다.
사랑에 눈이 먼 여자를 한심해하기보다,
사랑만이 여자의 유일한 권력이자
가치라고 해놓고
막상 여자가 사랑에 열중하면
그것을 착취하고 평가절하하는 세상에
눈을 부라려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연애를 해도, 연애를 하지 않아도
그것이 여성을 대우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해 온
상대방의 연애사가
그녀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된다.

 

여성이 임신할 수 있는 몸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가 임신과 출산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에서는 여성의 몸을 가진 개인에게 암묵적으로 기대되는
임신과 출산의 의무가 주어지게 된다.
신비로운 육체적 구조로
탄생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통이 함께 따르는 출산은 의무가 아니다.
여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는 것이 아니듯
출산의 능력이 여성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모성애는 여성의 본성이자 특질이며,
그 어떤 것보다 강하게 여겨졌고,
모성애만 있으면 엄마는
천하무적이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아이가 생기고, 낳는 순간 엄마로서의 본능은
슈퍼우먼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은 육아를 남편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고,
공동육아로 생활하는 부부들이 많긴 하지만,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몫으로
성의 본능을 움직이는 건 사실이다.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고,
모성의 특징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결과이고,
양육 행위는 성별을 가라지 않고
뇌의 양육 회로를 활성화한다는 등의
연구결과가 있다는 것도
사실 이 책을 보고 알게 됐다.
함께 일하는 동료 또한
남편이 육아를 담당했는데,
아들이 남편을 엄마로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한다.

 

작가는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과 생각을 펼쳐냈다.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실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왔었던
고정된 생각들, 관념들을
그녀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세상은 남자, 여자라는 성별의 구분이 아닌
나라는 존재성을 인정하고,
남녀 비교 대상이 아닌
나라는 정체성을 알아가는 계기도 되었다.
일단 엄마인 나에게는
남자아이를 키우든, 여자아이를 키우든
그 아이에 맞게 이 세상의 수많은 편견과 맞서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나의 역할이지,
남자는 말이야~,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은 집어던질 차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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