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붉은구렁을 재밌게 봤다면 필견.

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삼월은 붉은구렁을> 연작시리즈의 1편, 흑과다의 환상입니다.

작명센스가 없는 저로선 이 제목이 참 마음에 듭니다. 본편을 다 읽은 지금도 제목과 내용의 상관관계를 밝혀낼수는 없지만;;

 

대학교동창들인 리에코, 아키히코, 마키오, 세쓰코 이렇게 네명의 남녀가 섬으로 관광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과거에 묻혀있던 이런저런 얘기들이 먼지를 날리며 떠오르게 마련이죠.

 

처음의 발단은 아키히코가 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테마를 <아름다운 수수께끼>로 잡은것이죠.

별다른건 없습니다. 각자 살면서 한번쯤은 참 이상하다, 하고 지나쳐버린 것이 있을겁니다. 그런 얘기들을 꺼내놓고 진상이 무엇이었을지 추리해보자는거죠.

 

흠흠, 방법은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어렸을적 갑자기 이유없이 이사가버린 옆집이 있었다고 하죠.

당연히 어렸을적이라 그냥 넘겨버렸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죠. 그러면서 어릴적 기억을 꺼내는 겁니다. 아이라고 해서 귀가 없는건 아니니까요. 혹시 그때 동네에 이상한 일이 있지는 않았나? 엄마 아빠가 하셨던 이야기중에 단서가 될만한 것은? 하고 막 얘기하다가 이런저런 추리가 나오는겁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거 아니냐, 돈 때문에 야반도주 한건 아니냐.

 

그야말로 할일없는 동네주부들의 이야기-_-; 같은데 취지는 이런거죠. 유령의 정체는 불빛에 흔들린 커텐그림자였다~하는 식으로.

 

두꺼운 볼륨에 이런식으로 소소한 것들이 나와주어서 지치는 일 없이 한번에 다 볼수 있었습니다.

 

템포조절이 굉장히 잘된 책이라고 칭찬해주겠어요.

 

물론 네 명의 친구들이 모두 얽인 사건이 큰 줄기입니다. 허나 이것도 큰 미스테리는 아니예요. 오히려 조금만 시각을 바꾸어봤다면 금방 풀어낼 사람사이의 감정에 얽힌 스토리죠.

 

굉장히 재밌게 봤으므로 추천.